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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어렵지 않은 박물관, 황홀한 사유의 공간 만들고 싶어..." 상세보기

"어렵지 않은 박물관, 황홀한 사유의 공간 만들고 싶어..."

정민지 2021-09-17 14:55:00

■ 출연: 국립경주박물관 최선주 관장

■ 진행: 정민지 기자

■ 방송: BBS 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2021년 9월 17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국립경주박물관 최선주 관장.

경북 경주는 한반도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도시 가운데 하나로 신라 천년의 흔적과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죠.

 

그만큼 많은 문화재와 유적이 발굴되고 여전히 도시 곳곳에서 발굴조사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국립경주박물관은 경주지역 문화재 보존과 전시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기관입니다. 

 

파워인터뷰, 올해 초 부임해 다양한 전시와 여러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최선주 국립경주박물관장을 정민지 기자가 만났습니다. 

 

▶정민지 기자: 오늘은 국립경주박물관을 찾아 최선주 관장님을 만났습니다. 관장님, 안녕하세요? 

 

▷최선주 관장: 네, 안녕하십니까.

 

▶정민지 기자: 먼저 경주박물관에 오신지 이제 8개월이 지났습니다. 경주에서 보낸 8개월 어떠셨나요?

 

▷최선주 관장: 경주에서 보낸 8개월은 지금까지 제가 살아왔던 과정 속에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신라 천년의 고도를 아침저녁으로 산책하면서 신라사람들이 생각하는 사후세계라든지 또 신라사람들이 생각하는 불교에 대한 그런 생각들을 왕릉들과 절, 탑, 불상들을 보면서 생각하는 아주 특별한 경주의 생활인 것 같습니다.

 

▶정민지 기자: 관장님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그야말로 박물관 기획통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특히 불교미술을 전공하셔서 경주박물관에 최적화된 전시들을 내놓으시는 것 같습니다. 

어떤 전시의 방향성이 있으신가요?

 

▷최선주 관장: 한 박물관을 맡게 되면 그 박물관이 그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국립박물관의 역할들이 있는데 저는 늘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어요.

국립경주박물관은 역시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찾고 어떻게 하면 잘 계승할 수 있는지 이런 문제와 또 신라 천년 중에서도 불교가 갖는 의미가 매우 크기 때문에 경주박물관이라고 하면 신라의 역사와 문화, 불교문화를 어떻게 박물관을 통해서 전달할 것인가, 표현할 것인가, 이런 것을 두고 항상 고민을 하기 때문에 어떤 학술 조사연구도 있겠지만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전시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연구의 아주 핵심분야를 전시를 통해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여러 가지 전시, 그 중에 제가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있잖아요, 제가 불교미술을 전공하기 때문에 제가 있는 동안에 신라 역사문화 중에서 특히 불교 쪽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전시라든지 조사연구를 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기획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민지 기자: 올해 박물관 공간에 물리적인 변화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신라미술관 2층을 불교사원실로 재편한다고 하는데 어떤 공간을 구상하시는 건가요?

 

▷최선주 관장: 경주박물관에 오면 4개의 전시관을 관람할 수가 있습니다. 

신라역사관과 신라미술관, 월지관, 2019년에 새로 문을 열게 된 천년보고. 4개의 전시관을 만날 수가 있는데, 지난 3년간에 걸쳐서 신라역사관은 새롭게 개편을 해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신라미술관, 그 중에서도 2층에 있는 황룡사실을 전면 철수하고 새롭게 불교사원실을 구축하려고 한참 진행중입니다. 

불교사원이라고 하는 것은 뭐냐면 우리가 야외에 가면 황룡사 절터도 있고, 사천왕사지 절터도 있고 많은 절터들이 있고 그런데, 그 절터만 봐서는 당시 신라나 통일신라시대 사람들이 어떤 사원에서, 사찰에서 어떤 일들을 했는지 또 구체적인 신앙 의례라든지 이런 것을 잘 모르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불교사원실을 만들어서 박물관 안에서 여러 가지, 당시에 있었던 신앙의 행위라든지 가람배치라든지 사리장엄구라든지 불교와 관련된 여러 가지 요소들을 박물관에서 한 번 체계적으로 보여주자 하는 것이 불교사원실입니다. 

아마 11월쯤에 오픈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신라불교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정민지 기자: 경주박물관에는 50여개에 달하는 국보와 여러 귀한 유물들이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야외에 있는 성덕대왕신종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신종과 관련해서 타음 조사를 하고 있고, 신종각 건립 계획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소개해주시죠.

 

▷최선주 관장: 올해 성덕대왕신종이 제작된 지 1250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1250년이 된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의미를 갖고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해요.
종을 제작하는데도 무려 34년간이나 걸렸고 또 종이 제작되어서 1250년간 유지되어 왔다는 것도 그 자체로도 정말 중요한 신라의 역사라고 생각을 합니다. 

2004년에 종을 치고 그 이후에 종을 치지 못했는데, 저희들이 작년부터 3년동안 정밀 타음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한 번 했고 올해 또 할 것이고 내년까지 이루어지면 종의 변화, 혹시 내부의 균열이라든지 기타 어떤 변화가 있는지 이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 바로 타음 조사입니다. 

이 타음 조사를 하면서 새롭게 녹음된 종소리가 있습니다. 

이 종소리를 저희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게 현재 공개를 하고 있습니다. 

또 박물관 안에 요즘의 추세로 디지털 실감형 체험관이 있습니다. 

종소리를 또는 종을 만든 제작 과정들을 좀 더 알기 쉽게 표현하는 것이 디지털 실감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 미술관 1층에 이것을 만들어서 누구나 볼 수 있게 체험할 수 있게 했는데,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체험하고 만족도가 큰 공간입니다. 

그런데 저는 성덕대왕신종을 좀 더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또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면을 찾기 위해서는 신종각을 제대로 만들어서 마치 종소리와 함께 커다란 연주 공간이 만들어지고 종은 결국 보는 것으로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소리로서 불교의 세계를 전파하고 깨닫는 그런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지 이 종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갖춘 건물이 신종각이 아니겠는가 해서 여러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금년에는, 내년 예산을 올렸는데 잘 반영이 되지 않았습니다만,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요구를 해서 꼭 이런 신종각이 건립되어서 세계적인 연주자와 함께 성덕대왕신종 소리가 널리 울려 퍼질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정민지 기자: 앞서 말씀하셨는데, 영남권수장고인 신라천년보고가 재작년에 완공되기도 했는데요. 

수장고이지만 개방되어 있다는 점이 최근 문화재 활용정책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곳은 어떤 공간인지 소개 좀 해주시죠.

 

▷최선주 관장: 박물관의 수장고라고 하는 것은 유물을 안전하게 보전하는 곳입니다. 

상설전시실에서 전시되지 않는 나머지 모든 유물들은 수장고에 있는 것입니다. 

경주박물관에 약 35만점의 유물을 보관하고 있는데, 뿐만 아니라 매년 약 만여점이 넘는 새로 발굴된 유물들이 우리 박물관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영남지역에서 출토된, 발굴을 통해서 나온 모든 유물들은 국립경주박물관에 다 들어옵니다. 

그런데 점차 우리 국민들은 수장고도 한 번 보여달라, 수장고는 도무지 어떻게 생겼는지,수장고 유물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2019년에 개관을 하면서 개방형 수장고 형태로 만들었어요.

유물이 어떻게 보존처리가 되고 유물을 등록을 하고 또 유물이 보관되는지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볼 수 있게 만들어놨어요.

누구나 수장고에 들어오시면, 천년보고에 오시면, 이런 과정들을 다 볼 수가 있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천년보고 개방형 수장고를 봤으면 좋겠다 그런 뜻에서 이번에 황복사에서 출토된, 최근 발굴된 유물들입니다.

이 유물들을 수장고에 별도의 진열장을 만들어서 지금 개방을 하고 있습니다. 

새로 출토된 유물을 보고서나 나오고 한참 뒤에 일반인들에게 공개되는데 저는 좀 더 신속하게 국민들이 보면 좋지 않겠느냐 해서 지금 공개를 하고 있습니다. 

 

▶정민지 기자: 개인적인 질문도 좀 드리고 싶은데요.

관장님께서 신라인의 불국토 ‘남산’에 자주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연구나 집필을 준비하고 계실 것 같은데 개인적인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최선주 관장: 저는 다른 지역에서 춘천박물관, 광주박물관, 전주박물관 또 서울중앙박물관, 이렇게 박물관을 근무하면서 여러 지역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죠.

경주는 가끔 출장을 온다거나 또 아니면 가족 여행을 온다거나 그렇게 잠깐 잠깐 지나갔던 그런 곳이었는데,이제 여기에서 살면서 정말 이 좋은 기회에 경주 남산, 또 왕경에 있는 여러 사찰터들, 또 여러 왕릉들을 찾아다니면서 신라 천년의 숨결을 느껴보려고 합니다. 

제가 느낀 것들, 제가 박물관 생활한 이것들이 그냥 한 사람이 큐레이터가 되어서 한 30년간을 보내고 그냥 사라져버리는 것 보다는 그 30년간 경험했던 여러 가지 것들을, 또 제가 불교조각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일반 관람객들이 보는, 또는 학자가 보는 그런 불상과 제가 큐레이터로서 직접 불상을 전시하고 불상을 운반하고 하는 과정 속에서 어떤 저만이 느끼는 큐레이터만이 느끼는 것들이 있습니다. 

제가 찾아다닌 불상들, 제가 직접 설치했던 또 전시를 했던 이런 불상들을 보고 제 나름대로 느낌과 소감들을 써보려고 합니다, 써보고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는 책을 내려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정민지 기자: 재임하시는 동안 경주박물관에서 하고 싶은 일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추진하고 있으신 일이나 염두하고 있는 일이 있으시면 살짝 알려주시죠.

 

▷최선주 관장: 박물관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박물관에 가는 것은 무슨 특별한 사람들이 가는 곳, 또는 어린이들이 그냥 숙제하러 가는 곳,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박물관이 어디 있는지 알아요.

경주박물관 그러면, 아 거기 있다, 그런데 가 보지는 않는다.

저는 늘 그게 누구의 책임일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박물관이 어렵다, 그러면 박물관이 어렵지 않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무슨 방법이 있을까. 

저는 박물관 안 정원에 많은 꽃나무들을 심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계절 꽃이 피게 하고 그 다음에 카페를 지금 만들고 있어요.

금년 말 되면 카페가 문을 열 것입니다. 

그러면 선도산에 해가 넘어가는, 석양이 노을지는 그런 모습들, 아름다운 모습을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누구나 볼 수 있는 황홀한 공간으로 또 생각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고요.

현재 우리 박물관에 작은 도서관이 있는데,이것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지 못해요, 공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그래서 제가 새롭게 도서관을 만들어서 신라 향기가 팍팍 나는, 이곳에 오면 신라의 온기가 느껴지고 불교의 향이 느껴질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그런 작은 도서관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곳도 내년에 완공을 해서 개관을 할 것이니까 그때 오시면 경주박물관에서 차도 마시고 책도 보고 소리도 듣고, 여러 가지 것들을 할 수 있는 힐링의 공간으로 만들어보려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민지 기자: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듣고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최선주 관장: 제가 꼭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리 박물관 앞에 동궁과 월지가 있습니다. 

제가 밤에 퇴근하다보면 정말 많은 동궁과 월지를 갑니다, 야경을 보기 위해서.

그런데 거기 있는 모든 유물들은 경주박물관 안에 월지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밖에 월지만 보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기 때문에 정말 저는 그분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경주박물관 월지관에 와서 거기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한 번 감상하시고 가시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