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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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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진단] 올바른 수험생 격려 방법

문정용 2022-10-25 09:43:02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 대담: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윤일현 대표

 

■ 진행: 대구 BBS 정시훈 기자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정시훈 기자: 교육 진단 시간입니다. 수능 시험을 한 달이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수험생이 있는 가정에서는 수험생에게 자신감을 주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격려의 방식이 너무 지나쳐서 오히려 수험생을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오늘은 수험생을 잘 격려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윤일현 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 전화로 모셨습니다. 

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윤일현 대표:예 안녕하십니까?

 

▶정시훈 기자: 먼저 수능이 다가오면 수능 대박이라는 말을 하게 되는데요. 이는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윤일현 대표: 사실 언제부턴가 우리가 수능이 다가오면 대박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대박이라는 말은 도대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떤 사람은 흥부전에서 작은 박씨가 큰 박으로 자란 것을 대박이라 한다고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쪽박의 반대말이라고도 합니다. 어디에서 유래되었던 사실은 수험생에게는 관심 밖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가 별 생각 없이 구사하는 이 대박이란 말의 사용 빈도는 아마도 바다 이야기와 같은 사행성 도박의 번창과 궤를 같이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시험을 목전에 둔 수험생들에게도 대박 터뜨려라 같은 말을 하면 도박판의 말을 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덕담으로 간주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도박판에서는 쓰는 말을 시험에 별 생각 없이 이야기한다는 것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요. 또 이런 말을 사용하는 심리 근저에는 무엇이 자리 잡고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능 시험을 치는 학생에게 그냥 예전처럼 찹쌀떡 몇 개 정도 주면서 최선을 다해라 이렇게 격려하는 것은 미덕이고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밥주걱보다 큰 삼지창 모양의 사탕을 주며 잘 찍어 대박을 터뜨려라 라며 격려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는 시험을 사행성 도박으로 간주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지금 영어와 제2외국어 국사, 한국사는 절대 평가니까 두고 국어, 수학, 과학이 원점수 300점 만점인데요. 300점 만점의 과목에서 평소 150점 받는 학생에게 대박 터뜨려서 250점을 받아라 하는 것은 이것은 정상적인 격려가 아닙니다. 최선을 다하면 평소에 네가 받는 점수보다 조금 더 잘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할 때 학생은 담담하게 시험에 임할 수 있고 또 자신감을 갖고 시험에 임하다 보면 기대보다 더 좋은 점수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입시에서만큼은 자라는 학생들에게는 대박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정시훈 기자: 시험을 칠 때마다 머리를 안 감고 간다 등의 징크스를 말하는 학생들이 있거든요. 이 문제는 어떻게 극복을 하면 좋겠습니까?

 

▷윤일현 대표: 제 경험을 한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저도 아이들을 키웠으니 이제 다 대학을 가고 졸업을 하고 했습니다마는 그때를 돌이켜보면 이런 기억이 있습니다. 

둘째가 고3 때 6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치기 전날 제가 아이 엄마에게 내일 아침에 미역국을 끓여서 먹이고 시험 치러 보내자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튿날 아침 식탁에 앉은 딸에게 내가 다소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 미역국 먹고 가서 시험 한 번 쳐봐라 미역처럼 매끈매끈하게 문제가 잘 풀릴 것이다.” 느닷없는 엉뚱한 말에 아이가 어리둥절하면서 숟가락을 들었습니다. 그때 제가 한마디를 더 덧붙였습니다. “우리는 왜 고3 수험생이 있으면 1년 내내 미역국을 끓이지 않는가? 왜 시험 전날은 머리를 감지 않고 속옷도 갈아입지 않는가? 미역국이 정말로 실력 발휘를 못하게 하는지 너 스스로 오늘 한번 확인해 봐라” 미역국을 주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징크스라는 말은 원래 그리스에서 마술에 쓰던 새 이름에서 유래된 단어입니다. 불길한 일 불운을 가져오는 재수 없는 것 등을 지칭하거나 운동 경기나 시험 등에서 그렇게 되리라고 믿는 악운을 의미합니다. 

경마 기수나 중세 기사와 같은 직업적인 승부사들 사이에서는 온갖 종류의 징크스가 유행합니다. 이 징크스란 일종의 미신이며 인과관계보다는 우연히 나온 결과에 비과학적 해석과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자신감 결여의 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저는 징크스를 쉽게 이렇게 설명하고 싶습니다. 새는 거미줄을 뚫고 지나가지만 모기나 파리는 거미줄에 걸리게 됩니다. 결국 징크스란 심약한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자기 함정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수능 시험을 목전에 두고 갖가지 풍경이 연출되고 있는데 앞으로 이제 더 심해지겠죠. 

각종 온오프 매체에서는 ‘수능 대박’이란 용어가 ‘최선을 다하자. 뿌린 대로 거둔다. 진인사대천명’ 같은 고전적인 구호들을 밀어내고 있습니다. 전국의 사찰과 교회에서도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학부모들이 ‘수능 대박’이라는 현수막을 걸기도 해요. 사행성 오락과 도박의 번창과 더불어 널리 회자되기 시작한 대박이란 말이 이제는 입시판에도 자연스럽게 적용되고 있는데요. 시험조차도 일종의 도박이라는 생각을 별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곳에서 갖가지 금기와 징크스가 난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런 문제를 지적하면서 제가 앞서 이야기한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미역국을 먹고 갔던 아이 이야기를 이어나가겠습니다. 그날 아이는 평소보다 시험을 잘 쳤습니다. 시험 성적은 자신의 실력과 매 시간마다 얼마나 최선을 다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마음 자세로 문제 풀이에만 몰두했다는 겁니다. 9월 평가원 시험 때도 미역국을 먹고 갔습니다. 11월 실제 수능 치는 날 아이는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미역국을 먹었고 또 도시락에도 미역국을 담아서 갔습니다.

평소 실력을 그대로 발휘할 수 있었고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아이들이 강한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시험에는 대박은 없다. 징크스 때문에 시험을 망치는 일은 없다. 자기 실력만큼만 성적이 나온다.’ 이런 걸 이야기하는 풍토가 조성되면 좋겠습니다.

 

▶정시훈 기자: 남은 기간 학생들은 어떤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하고 또 부모님들은 어떻게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윤일현 대표: 학생들은 대박도 없고 그냥 내 실력만큼 뿌린 대로 거둔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주변에서 격려하는 사람도 편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네가 아는 실력을 실수 없이 발휘하도록 노력하자 우리는 그렇게 믿고 너를 위해 그렇게 기원하고 기도한다. 네가 편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이렇게 격려해 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대박 같은 말보다는 부모님께서도 믿고 맡긴다는 자세를 가지셔야 합니다.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는 눈짓이나 손짓, 따뜻한 스킨십, 어깨를 한번 툭 쳐주는 등의 행동이 훨씬 더 큰 격려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수험생을 믿어주고 따뜻하게 격려해주어야 합니다.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수험생이 느낄 수 있을 때 수험생은 더 자신감을 더 가지게 되고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을 받아들이고 준비를 잘 하게 됩니다.

 

▶정시훈 기자: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윤일현 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