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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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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연말결산 교육분야

정민지 2022-12-27 09:22:55

▪︎ 출연: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윤일현 대표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교육진단’ (2022년 12월 27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정시훈 기자: ︎다사다난했던 임인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3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요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 정책도 다소 수정되리라 생각을 합니다. 오늘은 올 한 해를 돌아보며 교육계의 주요 이슈들을 짚어보는 시간 갖도록 합니다. 윤일현 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 오늘도 전화로 모셨습니다. 
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윤일현 대표: 예 안녕하십니까.
 

▶정시훈 기자: 먼저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를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코로나가 우리 교육에 미친 영향과 코로나 이후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지 말씀을 해 주시지요.
 

▷윤일현 대표: 코로나는 지금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중에서 사회적으로는 자가학습 특히 집안에서 머무르며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정 형편과 부모의 교육 수준에 따른 학력 격차가 굉장히 심화되었다는 게 여러 경로를 통해서 지적되었습니다. 시간이 한 3년 흐르다 보니 이게 구체적인 자료로도 입증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교육에서 시급한 문제 중에 하나가 가정 형편이나 교육 환경 등에 따른 학력 격차를 해소하지 않으면 국가가 요구하는 기본적인 자질을 가진 시민의 양성이 쉽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뒤처진 학생들이 가지는 사회에 대한 반감 혹은 자신에 대한 열등감 이런 것들이 결국은 국가적으로는 큰 손실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걸 우리가 깨달아야 합니다.

실제로 코로나 시기에 상당수의 학생들이 학교에 나가는 걸 싫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도 여러 학생을 상담했는데 한 학생과의 상담을 잊을 수가 없어요. 학교에 나가기 싫대요. 그래서 왜 나가기 싫으냐고 하니 딱 한마디로 “어디 나가서 움직이는 게 귀찮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물으니 “누워서 휴대폰 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게 이 학생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학생들이 그런 심리 상태라는 데 우리가 좀 주목할 필요가 있고요. 또 일부 부유층은 “차라리 학교에 나가지 않으니 좋다, 수업 시간에 열심히 듣지도 않는 데 안 나가고 사교육으로 내가 필요한 과목을 보충하면 좋지 않나”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양극화 현상이 굉장히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취약계층에 대해 체계적으로 방과 후 학습을 통한 보충지도, 여러 가지 면에서 이런 학생들을 지원해 주는 제도와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으면 상당히 문제가 되리라는 걸 교육당국과 또 사회 전체가 깨달아야 합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힘을 합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코로나 이후에 우리 사회가 좀 더 활기차게 제4차 산업혁명에 적응하면서 이것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시훈 기자: 올해 7월에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이자 한국고등과학원 석좌교수인 허준이 교수가 수학의 노벨상으로 알려진 필즈상을 수상했습니다.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가 있을까요?
 

▷윤일현 대표: 사실 전 세계에서 우리만큼 교육 열기가 높은 나라는 별로 없습니다. 자연과학 부분에서 노벨상을 꿈꿔왔지만 지금까지 받지를 못했습니다. 그런데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필즈상을 받는 것은 최고의 영예죠. 방금 말씀하신 대로 프린스턴 대학의 교수이고 또 한국고등과학원 수학부 석좌 교수인 허준이 교수가 올 7월에 필즈 상을 받았습니다. 첫째 의미는 허준이 교수가 가장 두뇌 활동이 활발한 청년기를 한국에서 교육받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초중고 대학원을 한국에서 마쳤죠. 그리고 상당히 늦게 수학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겁니다. 허준이 교수의 이야기로는 일본인으로 필즈상을 수상한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가 서울대에서 연 수학 강의를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허 교수의 “나처럼 좋아하는 일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다들 기억했으면 한다”라는 이 말에 저는 굉장히 주목을 하는데요. 
우리는 부모님부터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또박또박 나아가지 않으면 낙오자가 되거나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며 학생을 다그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허 교수처럼 좋아 하는 일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부모님들께서 좀 생각을 해 보셨으면 합니다. 성장해 가면서 우리의 마음이 아침저녁으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 기분이 좋고 나쁜 것이 같은 시간대 안에서도 달라지듯이 우리 자라나는 청소년이나 청년들은 추구하고 싶은 꿈도 늘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랜 시행착오와 방황 끝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찾아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켜보면서 격려해 주고 용기를 주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반가운 소식은 최근 청년 수학자를 지원하기 위한 별도 조직인 ‘허준이연구소’가 신설된다고 하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고등과학원 등에 따르면 허준이 펠로십에 선정된 청년 수학자의 연구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허준이연구소가 내년에 신설된다고 합니다. 재능 있고 능력 있는 청년들이 수학을 비롯한 자연과학에 좀 마음 놓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습니다.
 

▶정시훈 기자: 올해로 문이과 통합 수능 2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통합 수능에서는 수학 상위권을 거의 다 자연계가 차지를 하면서 자연계 학생이 문과 학과로 교차 지원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요. 이 문제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고 앞으로의 바람직한 방향 무엇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요?
 

▷윤일현 대표: 27일 오늘까지 수시 추가 합격자 발표와 등록이 마감되면 이제 29일부터 정시 원서 접수를 시작하는데요. 지금 가장 난감한 학생들이 인문계 학생들입니다. 방금 말씀하신 대로 지난해부터 문이과 통합 수능을 치르면서 수학은 인문계 학생은 ‘확률과 통계’ 자연계 학생은 ‘미적분, 기하’를 주로 선택을 하는데요.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학생들은 전체 1등급 가운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 적습니다. 전체 1등급 가운데에서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한 학생이 94%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실제로 인문계 학생이 1등급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습니다. 
이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고 이과 시험을 친 학생들이 문과로 교차 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특히 최상위권 대학에서는 수학, 과학을 치른 자연계 학생들이 인문계 상위권 학과 이를테면 경영, 경제 등 의 학과에 대거 지원해서 합격을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인문계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문과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은 굉장히 난감하고 또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가 더욱더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어느 학과에 자연계 학생이 가든 인문계 학생이 가든 상관이 있느냐 정원만 채우면 되지”라고 말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자연계 상위권 학생들이 인문계 상위권 대학과 경영, 경제 등 소위 말해서 취업유망학과에 일단 진학을 합니다. 진학을 해서 그 학과에 다니는 것이 아니고 한 학기를 지나고 난 뒤에 혹은 1학기 말쯤 되면 거의가 다시 의과대학 같은 곳에 진학하기 위해 그 학교를 휴학을 합니다. 자연계 학생이 문과에 진학했다가 재수나 반수를 위해 다시 빠져나감으로써 오히려 인문계 학과들이 학과 운영이 어렵고, 학교 전체로 봐서도 상당히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제도가 한 2년 동안 시행됐기 때문에 이 부분을 한번 잘 살펴보고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이 없는가를 교육당국에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학생들이 대학 들어가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을 우리가 한번 깊게 짚어봐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정시훈 기자: 지난 정권에서는 자사고와 외고 폐지 정책이 추진이 됐었죠.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자사고는 그대로 유지가 되고 또 외고는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신외고로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자사고와 외고 유지 방침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요?
 

▷윤일현 대표: 지난 정권에서는 자사고, 외고를 폐지를 한다고 전체적인 방향을 정해놓고 추진을 하고 있었죠.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난 뒤에 자사고는 그대로 유지하고 외고도 조금 성격을 바꿀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틀에서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의 사람들이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현재 중학생들이 상당히 당황하고 있습니다. 외고와 국제고의 경우는 경계가 모호하다는 이런 지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외고와 국제고는 교육 목표를 통합해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신외고, 새로운 외고 형태로 출발하는 게 맞지 않느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물론 일반고와 자사고가 있습니다마는 학부모나 학생이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게 교육 불평등을 심화하는 쪽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자사고나 외고를 그대로 두더라도 이들에게 너무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어떤 혜택 특히 수시 모집 같은 데서 조금 지나치게 이쪽을 선호하는 대학들이 있습니다. 일반고 학생들이 덜 불리할 수 있는 그런 안전장치를 만드는 게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유지되는 것은 수혜자가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니까 괜찮지만, 입시에서는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 일반고 학생들이 불리하지 않게 제도를 보완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 점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정시훈 기자: 지역 소멸과 함께 지방대학의 소멸 위기가 본격적으로 제기가 되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한 바람직한 해결책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방대학을 좀 활성화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윤일현 대표: 지역 소멸과 지방 대학에 관한 이야기는 후반기에 굉장히 많이 화두로 다루어졌는데요. 첫째 원인은 인구 감소에 있습니다. CNN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했죠. 한국에는 지금 지방대학 소멸, 지역 소멸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인구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3분기 합계 출산율이 0.79명입니다. 이는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을 경신한 수치입니다. 안정적인 인구 유지를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2.1명 즉 여성 1명당 2.1명을 낳아야 하는데 지금 우리는 0.79명입니다. 출산율이 떨어진다고 하는 미국도 1.6명이고 일본도 1.3명으로 우리보다는 훨씬 더 높습니다. 인구가 계속 감소하면 연금 체제, 노동 인력 공급 등에서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습니다. CNN은 한국의 출산율이 이렇게 낮은 이유가 높은 부동산 가격, 교육비, 경제적 불안 때문에 젊은이들이 가정을 가지지 않으려고 한다고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전체 인구가 줄어들다 보니 지방대학은 점점 어려워지는데, 지방대는 지역 경제의 핵심 축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지방대는 지역 발전을 위한 지적 인프라의 전진기지이면서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소비 주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중앙정부가 무조건 경쟁 논리를 적용해 승자 독식 구조를 합리화하며 현 상황을 방치한다면 국가균형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지역 대학 자신도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으로 수도권 대학과 당당히 맞서서 지역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지역 대학은 신입생 모직 입학요강부터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형 요강과 함께 학과 소개에 졸업 후 진로 등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자료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전형 요강에 보면 학생부 몇 퍼센트 수능 몇 퍼센트 이런 것들 이 나오는데 이보다는 A학과 하면 무엇을 공부하고 어떤 식으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고, 이 학과를 졸업한 졸업생들이 어느 곳에서 일하고 있는가 같은 안내가 중요합니다. 이런 안내를 통해서 학생과 학부모의 학과 선택에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방대학의 소멸은 지역 소멸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부, 지자체, 지역민 모두가 위기를 공감하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의 확실한 지원과 지방대학들의 구체적인 자구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시훈 기자: 이제 겨울방학입니다. 학생들이 겨울방학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의 말씀을 듣고 인터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윤일현 대표: 겨울방학 기간인데요. 먼저 욕심 내지 말고 ‘주요 과목 중 특히 내가 약한 단원을 집중적으로 보충한다’는 자세로 가져야지 모든 과목에 다 시간을 안배해서 정신없이 쫓아다니다 보면 제대로 다지고 이룬 것 없이 방학이 끝날 가능성이 많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주요 과목 중에서 특히 학생이 힘든 혹은 평소에 이해가 잘 안 되는 과목을 집중적으로 보충해야 합니다. 방학 동안에 소위 말하는 선행학습을 하는 학생들이 많은데요. 선행 학습을 하더라도 이 점을 꼭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개념을 대충 이해하고 문제 풀이를 많이 하는 것보다는 문제를 좀 덜 풀더라도 방학 동안에는 기초적인 개념 이해에 중점을 둔다면 개학을 해서 차근차근 심화시켜 나갈 수 있는 기회는 많습니다.

방학 기간은 다소 시간이 있기 때문에 자기주도 학습 습관을 확립하여 신학기 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습관, 생활 태도를 가질 수 있게 훈련하면 좋겠습니다. 다른 때보다는 시간이 좀 있기 때문에 마음의 양식이 될 수 있고, 살아가는 데 등불이 될 수 있는 책 몇 권을 골라서 제대로 이해하면서 독서를 하면 좋겠습니다.
 

▶정시훈 기자: 말씀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윤일현 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