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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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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진단] 가족이 함께하는 '디지털기기 거리두기 운동'

문정용 2023-01-31 09:24:35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 대담: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윤일현 대표

 

■ 진행: 방송부 정시훈 기자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정시훈 기자: 교육 진단 시간입니다. 겨울 방학 기간 많은 학부모님들께서 자녀가 휴대전화, 컴퓨터, TV 등 디지털 전자기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 책 읽을 시간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창의력과 사고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읽기 능력이 중요한데 자녀들이 너무 한쪽에 치우쳐 걱정이 된다고 말합니다. 오늘은 가정에서 디지털 기기를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윤일현 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 전화로 모셨습니다. 

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윤일현 대표: 예 안녕하십니까

 

▶정시훈 기자: 전자기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무조건 금지할 수는 없고, 또 그냥 대책 없이 보고 있을 수도 없는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윤일현 대표: 사실 이 문제는 하루 이틀이 아니고 계속 제기되고 있는 문제입니다. 전자기기가 현대문명이 준 이기임에는 틀림 없지만 부작용과 역기능도 방금 말씀하신 대로 참 만만치 않기 때문에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께서 고민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이 부분을 조금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한 10여 년 전에 미국 뉴욕 대학교의 미디어 생태학 박사인 저자 수잔 모샤트 여사가 14세, 15세, 18세 된 세 자녀와 함께 호주 남서부의 외딴 섬에 있는 집에서 스마트폰, 아이패드, 컴퓨터, 게임기, tv 같은 모든 디지털 기기의 스위치를 끊은 채 6개월 동안 생활한 체험담을 적은 책이 있습니다. ‘로그아웃에 도전한 우리의 겨울’이라는 책인데요. 이 저자는 이 별난 실험을 하게 된 동기가 컴퓨터 스크린에 진짜 삶(Real Life)이 차단당한 채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6개월 동안 전자기기를 다 로그아웃한 것이죠. 그 상태로 살아보니 그것이 온 가족이 정화되기 위한 길이었다는 것입이다. “그게 정말 좋았다. 6개월에 걸친 디지털 금욕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6개월 동안 디지털 금욕을 해보니 아이들은 신문 읽기와 책 읽기 그리고 일기 쓰기 등을 통해 집중력이 향상되었고, 또 컴퓨터 스크린 앞에서 하던 식사를 같이 모여서 함께 함으로써 가족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며 친밀도가 증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디지털 기기에 의해 오염된 삶이 정화되기 시작됐다는 6개월 동안 로그아웃에 도전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요. 사실 현재 우리 상황에서 6개월간 이렇게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또 어떻게 보면 극단적인 방법이라서 권유할 수도 없지만, 우리가 한번 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한 3일, 3일 동안 텔레비전 컴퓨터 휴대폰 안 보기, 아니면 이틀이라도 가족 단위로 한번 해보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제의를 한번 해보고 싶은데요. 실제로 또 그렇게 해서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고 하는 가정도 여러 집이 있었습니다. 금요일 저녁 먹고부터 일요일 저녁 시간까지 만 이틀 정도 디지털 기기를 켜지 않고 각자 좋아하는 책을 한 권씩 읽어보고, 또 읽은 것을 기록하거나 서로 이야기하며 같이 요리도 해보았더니 정말 엄청나게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전자기기 문제는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보다는 일단은 한 번 실천을 해봄으로써 이게 이런 점이 정말 좋구나를 느끼면 그 다음부터는 전자기기를 슬기롭고 현명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시훈 기자: 우리는 모든 일에서 좀 ‘천천히 느리게’를 잘 견디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좀 여유를 가질 수가 있을까요?

 

▷윤일현 대표: 사실 디지털 전자기기가 우리에게 가져다 준 혜택도 있지만 문제는 모든 것을 빨리 빨리만 강도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컴퓨터나 인터넷도 속도로 품질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지털 기기가 보편화됨으로써 우리는 빠른 것을 미덕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우리는 tv 채널도 가서 틀지 않고 리모컨으로 앉아서 즉시 바꿀 수 있는 쪽으로 속도를 추구하고 있는데요. 디지털 전자기기 등을 통한 이 ‘빨리 빨리’가 우리 인간에게 미치는 가장 문제는 사고력의 저하입니다. 속도전에 휩쓸리게 되면 창조적 사고를 할 여력이 없어진다고 하죠. 그래서 손쉽고 빠르게 얻는 인터넷 지식만으로는 참다운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없죠. 깊이 있고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는 반드시 독서를 통해서 이루어지며, 공부를 통해서 기초 지식과 기반 지식을 축적을 해야 어떤 기회가 오면 영감이 떠오르고 창조적 사고를 하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학자라고 하는 영어의 스칼라(Scholar)는 그리스 어원에서 여유라는 의미를 가진 스콜레(scole)에서 유래됐다고 하죠. 여유와 학자는 얼핏 관계없는 말 같지만 정말 깊이 있는 독창적인 학문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여유가 필수적입니다. 우리는 빨리 빨리를 강조하는 풍토 속에서 어떻게 하면은 창조적 사고와 상상력을 키울 것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합니다. 이 부분들은 디지털 기기로는 좀 어렵고 책이나 사색을 통해서 또 쓰기를 통해서 그런 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자신이 태어난 도시를 한 번도 떠나지 않고 80년간 살았다는 것으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대학에서 강의를 끝내면 집까지 산책을 하면서 그날의 철학적 사고를 정리했다고 하죠. 앞서 학자와 여유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있다고 했는데 대학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여유로운 산책길과 산책길에서의 사색이 칸트 철학을 탄생시켰다고도 할 수 있겠죠. 속도전에 매몰되면 독창적인 창조적 사고는 대단히 어려워진다는 걸 우리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가능하면 이틀 정도씩 디지털 금욕 기간을 한번 만들어보는 실험을 각 가정에서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시훈 기자: 우리는 가능하다면 책을 많이 읽고 또 글을 써보아야 하는데요. 읽고 쓰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에 대해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윤일현 대표: 오늘의 영상 매체는 시각과 청각에 직접 호소하며 모든 것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기 때문에 사실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상 매체는 모든 것을 속전속결로 해결해 주기 때문에 사람을 지루하게 하지 않는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익숙한 사람들 특히 아이들은 무엇을 진득하게 견디고 기다리지 못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눈과 머리와 몸을 긴장하게 하는 긴 글 읽기를 견디지 못합니다. 이들은 책 대신 컴퓨터를 검색하고 하죠. 이들은 정보의 쓰레기통을 뒤지며 권태로움을 해소하고 검색으로 얻은 대부분 정보는 취사 선택 과정 없이 일회용으로 소비한 후 그냥 배설해 버립니다. 많은 학자들이 영상 매체에 길들여지면 상상력이 고갈되고 창의력이 급격히 저하된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영상 매체가 활자 매체를 압도하는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그 역기능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전 작품을 인내하며 읽고 또 좋은 시를 음미하며 암송하는 행위 등 활자 매체를 이용한 지적 훈련을 통해 정신의 희열을 경험하게 해야 합니다. 독서와 글쓰기는 상상력과 사고력의 지적 근육을 강화시켜줍니다. 한 편의 완결된 글을 써본 사람은 글 쓰는 행위가 왜 뼈를 깎는 아픔이고 그 고통 끝에 나온 작품이 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취감을 주는지를 잘 알지요.

몇 해 전에 일본이 초·중학생 학력 평가에서 TV와 인터넷을 즐기는 학생이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결과를 발표를 했는데 놀랍지도 않고 또 이 말은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중국이 학생들에게 공자와 맹자를 암기하게 하고, 한때 프랑스 지식인들이 전국적인 초고속 인터넷을 반대하기도 했죠. 왜 그런지를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상상력과 직관력, 창의력을 가진 사람만이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책 읽기와 글쓰기를 생활화하는 것입니다. 이 점을 우리가 염두에 두면서, 전자기기는 현대 문명이 우리에게 준 하나의 선물이고 축복이기 때문에 무조건 부정하고 배척할 것이 아니라 이 둘을 잘 조화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한두 달에 이틀 정도는 전자기기 없이 책만 가지고 지내보는 것을 가족 단위로 실천해 보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범사회적인 운동으로 번져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정시훈 기자: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윤일현 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