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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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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진단] 공부와 휴식 그리고 놀이

정민지 2023-05-30 10:13:40

▪︎ 출연: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윤일현 대표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교육진단’ (2023년 5월 30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정시훈 기자: 교육 진단 시간입니다.

5월도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5월은 모든 가정이 바빴습니다.

학생들은 중간고사 또 집 안팎에서 다양한 행사들이 많았습니다. 
5월을 보내며 어느 학부모님께서 잘 놀아야 공부도 잘한다고 하지만 아이가 노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걱정이라며 이런 아이를 좀 잘 지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오늘은 공부와 휴식, 놀이 등에 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오늘도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 전화로 모셨습니다. 
연결돼 있습니다. 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윤일현 대표: 예 안녕하십니까.
 

▶︎정시훈 기자: 먼저 정말로 잘 놀아야 공부도 잘 하나요?
 

▷윤일현 대표: 질문에 바로 결론부터 내리면 잘 노는 학생이 공부도 잘하는 게 맞습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면 어떤 분은 ‘맞다’라고 동의를 하실 테고 어떤 분은 ‘그것도 정도껏이지요’ 또 이런 말씀을 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잘 놀아야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걸 먼저 우리가 염두에 두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호이징가는 그의 저서 ‘호모 루덴스’라는 책에서 놀이는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모든 형태의 문화는 그 기원에서 놀이의 요소가 발견되며 인간의 공동생활 자체가 놀이 형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사냥은 물론 전쟁조차도 놀이의 성격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문명은 놀이 속에서 놀이로서 생겨나 놀이를 떠나는 법이 없다고 말합니다. 
인간은 놀이를 통해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표현하고 있다고 보여진다는 말입니다. 
그는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문화가 놀이의 성격을 벗고 있다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호이징가가 왜 이런 질문을 던지는가를 우리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놀이하는 재미란 도대체 무엇일까? 왜 어린이는 뛰어다니면서도 즐거워하는가? 왜 도박꾼은 자신을 이토록 도취하는가? 왜 축구 시합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가?

호이징가는 놀이에 열광하고 몰두하는 것은 생물학적인 이론으로는 해석할 수가 없고, 놀이에 이렇게 열광하거나 몰두하는 것, 미치게 만드는 힘 속에 놀이의 본질, 원초적인 성질이 들어 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자연은 긴장과 쾌락과 재미를 함께한 놀이를 우리에게 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학교와 가정에서 지금은 완전히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예전에는 놀지 말고 공부하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그러나 호이징가의 말에 따르면 놀이란 인간의 특성이며 본능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논다는 것을 결코 죄악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일과 놀이, 공부와 놀이가 과거처럼 자연스럽게 결합하지 못하는 데 오히려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 점을 곰곰이 잘 따져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예를 들면 노동도 즐기면 놀이하듯이 할 수 있고, 공부도 즐기면 놀이하듯이 할 수 있거든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노동의 소외를 예를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원시인들은 무엇을 만들 때 처음부터 완제품이 나오기까지 전 공정에 직접 관여했습니다. 그 과정은 고통의 연속이었고, 또 때로 절망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단 제품이 완성되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창조의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분업이 가속화되면서 인간은 노동의 기쁨을 빼앗기게 되죠. 조립공장의 노동자는 자기가 담당한 부품만 조립하면 됩니다. 그 작업은 지극히 단조롭고 단순합니다. 따라서 완제품이 나와도 자신이 그 모든 것을 만들었다는 자부심과 창조의 기쁨이 없습니다. 
이렇게 창조의 주체인 노동자가 공장의 부품처럼 생산 수단인 객체로 전락하게 되는 것을 노동의 소외라고 합니다. 
공부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살아가는 데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또 더 잘 살기 위해서 내가 필요한 것을 스스로 알아서 배울 때에는 학습이라는 게 그냥 하나의 절박한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지금 공부처럼 견디기 어렵다거나 이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필요에 의해서 공부하기보다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이야기하고, 또 주변에서 이겨야 한다고 강요하고, 이런 과정에서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공부도 놀이처럼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이 상태가 되도록 학생도 노력해야 되고 부모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가장 바람직합니다.
 

▶︎정시훈 기자: 우리 부모님들이 바라는 바람직한 학생이란 어떤 학생을 말하는 걸까요?
 

▷윤일현 대표: 바람직한 학생은 부모님께서는 부모님 말 잘 듣고 또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잘하는 학생이지만 사실은 이건 너무나 상투적인 답이 될 수 있고요. 
오히려 저는 이 질문에서 우리가 찾아볼 수 있는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 아름다운 모습은 무엇일까를 간혹 생각해 보는 겁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살아있는 생명체가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순간을 지켜보는 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부모님께서도 자녀가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그 모습이 정말 감동을 느낄 정도로 아름답게 보일 것입니다. 
이거는 모든 일이 마찬가지인데요.
운동선수가 상대를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우리는 열광하게 됩니다. 또 동물이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우리를 매료시킵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범죄 영화에서 범인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써서 애쓰는 모습도 관객으로 하여금 숨죽이고 지켜보게 하죠.
그리고 불교를 비롯해 종교계에서도 최고의 경지는 이렇게 몰입하고 최선을 다하고 또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극히 단순해지는 경지가 수도에서도 최고의 경지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단일한 목표를 향해 일정 기간 극도로 단순해질 수 있는 사람이 뜻한 바를 이루게 됩니다.
이런 사람의 모습을 볼 때 아름답고 부모님들도 자녀가 이런 삶을 살기를 아마 기대할 것입니다. 
그래서 자녀가 몰두해서 공부하거나 또 즐겁게 몰입해서 놀고 있는 모습 둘 다 아름답습니다. 
이 둘이 제대로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 가장 좋겠죠. 
또 부모의 역할이라 이를테면 공부와 놀이 일 또 어른에게도 일과 휴식이 주화를 이룰 수 있게 도와주고 또 그런 상태가 유지되게 하는 또 그렇게 사는 모습을 바라볼 때 그게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정시훈 기자: 요즘 학생들이 핸드폰에 너무 빠져 있다고 호소하는 부모님들이 많은데요.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좀 자제할 수 있는 방법과 부모가 자녀를 어떻게 좀 끌어줘야 하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윤일현 대표: 이 컴퓨터 문제, 핸드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앞에 전제로서 이런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청소년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육체적으로는 땀을 흘려야 하고 정신적으로는 주기적으로 감동의 세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흔히 수험생에게 별 생각 없이 놀지 말고 공부하라, 자지 말고 공부하라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요
어떻게 사람이 놀이나 휴식 없이 책상 앞에 앉아 있을 수만 있겠습니까? 학창 시절에 그런 대로 열심히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강요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부와 휴식을 엄격히 구분할 줄 알고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공부할 때는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고, 한 매듭이 지어지고 나면 밖에 나가서 땀을 흘리면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독서를 하면 감동을 맛보는 그런 생활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은 진한 감동을 경험할 때 생의 활력을 되찾게 되고, 현재하는 일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그래서 컴퓨터, 핸드폰으로 생각하는 과정에서는 어떤 놀이와 휴식의 앞서서도 말씀드렸습니다. 
이 둘의 조화를 다시 생각해 보자는 예를 들면 컴퓨터, 휴대폰이 문제가 된다고 이걸 없애버리는 극단적인 태도는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하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게 되겠죠.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컴퓨터나 휴대전화는 각종 정보를 넣고 또 그들끼리 의사를 소통하는 삶의 필수 도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금지할 것이 아니라 문명의 이기를 생산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를 하고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서 어느 한쪽이 너무 지나치지 않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너무 그쪽에 빠져서 일반적인 이야기 혹은 부모와의 대화로는 해결이 안 될 경우는 계속 윽박 지르거나 해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보다는 전문가를 찾아서 적절한 상담과 필요하면 치료를 같이 병행해서 학생이 여기에서 빠져나와 학생 자신의 미래, 또 부모님이 바라는 바를 위해 즐겁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거듭 말씀을 드립니다마는 이런 경우에도 강압이나 어떤 몰아붙이기 식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이 점을 생각하면 좋은 방법이 나올 것도 같습니다.
 

▶︎정시훈 기자: 오늘 말씀 대단히 고맙습니다.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