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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교육진단] 방학기간 집중 선행학습 효과 있을까? 상세보기

[교육진단] 방학기간 집중 선행학습 효과 있을까?

정민지 2023-07-25 09:32:54

▪︎ 출연: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윤일현 대표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교육진단’ (2023년 7월 25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정시훈 기자: 교육 진단 시간입니다. 여름 방학을 맞아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보충 수업을 받거나 학원 등에서 과외를 받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방학이 되어도 아무런 차이가 없다면서 힘겨워하고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자녀를 돌보는 데에 힘이 든다고 말합니다. 오늘은 이 방학 기간의 집중적인 과외와 선행학습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 갖겠습니다. 
윤일현 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 오늘도 전화로 모셨습니다. 
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윤일현 대표: 예 안녕하십니까.
 

▶︎정시훈 기자: 방학 기간에 과외가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둘 다 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윤일현 대표: 많은 분들이 선행학습 특히 방학 때 선행 학습이 효과가 있느냐 질문을 합니다. 일괄적으로 그렇다 아니다 라고는 이야기할 수 없고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어떤 학생에게는 효과가 있을 것이고 어떤 학생에게는 오히려 역효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그러나 효과가 있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선행학습에서는 진도를 빨리 나가는데, 그걸로 더 잘할 수 있는 학생은 상위 5% 안에 있는 학생이라도 사실은 어렵습니다. 너무 진도를 빨리 나가다 보면 나중에 깊이를 요구하는 문제에서 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념 이해는 시간을 두고 오래 생각하고 되씹고 곱씹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선행 학습을 일상생활과 관련해 한번 생각해 보는 게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시골 출신이어서 냇가에서 자유형, 배형 등 온갖 수영법을 다 흉내 냈습니다. 헤엄을 칠 때 수경이나 모자 같은 것은 쓰지 않고, 그냥 머리를 들고 하는 헤엄치는, 동네 형들에게 배운 수영법에 익숙해 있는데, 어른이 되고 난 뒤에 수영장에 갔더니 사람들이 다 보고 웃었습니다. 저는 물안경이나 모자 쓰는 게 답답해서 벗으니 바깥에서 수영장 관리하는 분이 그러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쓰고 하래요. 같이 간 사람한테 물어보니 “왜 웃는지 모르겠나” 해서 그 이유를 물으니 “폼이 전혀 수영장에서 요구하는 폼이 아니다. 그래서 수영의 폼을 좀 교정하는 게 좋지 않겠나” 해서 코치에게 “난 다 할 줄 아니까 중급반부터 들어가서 교정을 해볼까요?” 이러니까 그 코치님 말씀이 “선생님처럼 잘못된 폼이 이미 이렇게 몸에 익어 있는 분은 처음 배우는 사람보다 가르치기가 더 어렵습니다. 발차기부터 다시 해도 어렵습니다. 어쨌든 발차기부터 다시 하십시오.” 그럴 것 같으면 수영 안 하고 살겠다고 말하고 그 이후로 수영장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수영이든 볼링이든 탁구든 어느 것이든 기본기를 제대로 배운 것하고 그냥 대충 배운 것은 시간이 갈수록 기량에서 점점 차이가 납니다. 운동이든 공부든 느리더라도 처음에 아주 정확하게, 제대로 베워야 합니다. 이 문제를 선행학습 견주어서 생각해 보면 되는데요. 한 동작 한 동작을 완전히 근육이 기억하도록 연습을 하고 가야 되는데 대충 하면 중간에 잘못된 폼이 나올 수 있습니다. 운동을 함부로 배워서 나중에 문제가 되는 것과 같은 문제가 공부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는 것을 저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행학습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이 시간을 통해 거듭 강조하는 것이 속도에 매몰되지 말고 빨리, 많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제대로 정확하게를 강조했습니다. 주변에서 다 어디 학원에 보내니 불안해서 선행학습을 시킵니다. 사교육은 불안 마케팅이거든요. 불안해서 학원에 보내시더라도 항상 이 부분을 생각하면서 대화하고 체크해야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보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 부모님들이 깨달으면 좋겠습니다. 운동만 그런 게 아니고 모든 일이 다 그렇습니다. 특히 공부는 기초, 기본 개념 부분에서 잘못 공부하면 나중에 굉장히 고치기가 어렵다는 것을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정시훈 기자: 학생들도 그렇고 부모님들이 조급한 마음을 내기가 쉬운데요. 이런 조급한 마음을 없애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윤일현 대표: 예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어느 중학생이 늘 100점 아니면 한두 개 정도 틀리는데 어느 날 80점을 받아왔을 때 대개는 학생보다도 부모님이 더 충격을 받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느냐 교우관계가 잘못됐느냐’부터 시작해 따져 물으면서 학생을 괴롭힙니다. 
최근에 좀 성실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하면서 “요즘 늦게 일어날 때 알아봤다” 이런 식으로 아이를 질책하고 “다음에 제 점수 찾아오지 못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거나, 꼭 이런 식은 아니더라도 이와 같은 어떤 압박을 느낄 수 있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다음 시험 칠 때는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문제 풀이 자체에 몰입을 해야 하는데 “이번에 만회를 못하면 큰일 난다”는 생각이 드니깐 시험을 치면서 다른 생각이 옆에 치고 들어옵니다. 문제 풀이에 몰입하지 못하니 또 몇 개 틀리겠죠. 그러면 부모님이 또 “이번에도 왜 그러냐”라고 합니다. 이렇게 몇 번 되풀이 하다 보면 결국 “너는 수학은 안 되는 모양이다 아빠도 수학을 못했다는데 아빠 닮아서 이 집안에 내력인 모양이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버리면 아이는 “나는 수학이 안 되는 모양이다. 유전적으로 우리 집은 수학이 약한 모양이다” 이런 식으로 포기하는 학생도 수없이 많습니다. 
언어폭력이라는 게 꼭 욕설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아이든 남의 아이든 그들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상실하게 하는 말은 아무리 점잖은 형태를 취하더라도 가장 잔인한 언어폭력이라는 걸 우리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잘하다가 어느 한 부분에서, 어느 한 시기에 좀 못하는 때가 있으면 그냥 ‘괜찮아. 다음에 잘할 수 있어’ 라고 말해주거나 그냥 “괜찮아. 차분히 하면은 또 회복할 수 있다.” 이 정도에서 그쳐야 되지 계속 다그치면 더욱더 문제가 되는 것이죠. 
칭찬과 격려가 그래도 가장 낫습니다. 칭찬과 격려는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칭찬과 격려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도전적인 자세를 가지게 하는 최고의 특효약입니다. 우리 부모님께서는 자녀를 믿어주고 칭찬하고 격려해주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괜찮다. 잘할 수 있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야 그냥 우리 성실하게 노력해 보자.’ 이렇게 말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정시훈 기자: 우리 학생들이 성적 경쟁을 비롯해서 늘 경쟁하는 분위기 속에서 긴장을 하면서 생활을 합니다. 이런 과열된 분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겠습니까?
 

▷윤일현 대표: 부모님 세대는 정말 치열한 경쟁했고 사회 분위기가 승자 독식이라는 이런 정글의 법칙 속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아직도 우리 부모님들은 한 번 전력 질주한 후에, 예를 들면 한 번 명문대에 입학하면, 한 번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에 입사하면 평생 정년까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전력 질주한 후 자기 관리만 잘하면 그냥 그런 대로 퇴직할 때까지 무사히 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어떤 일도 승리는 일시적이고 죽는 날까지 달려야 합니다. 매 게임마다 전력 질주하고 잠시 숨 돌리고 나서는 다시 사생결단으로 달려야 하는 게 우리 아이들의 삶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생각한 공무원, 교사 이런 직종도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삶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고, 순간순간 맞이하게 되는 크고 작은 문제들에 자신 있고 용기 있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게 훨씬 더 낫다는 겁니다. 우리 부모님들께서는 특히 방학 기간에 자녀들과 많은 대화를 하며 이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는 삶의 미세한 것에서도 새로운 영감을 얻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또 시행착오나 실수조차도 더 나은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순간의 성취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무엇을 추구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고 또 그것을 즐기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부딪히게 되는 다양한 도전을 위협적 측면보다는 기회로 생각하도록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다. 
긴장과 경쟁,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며 즐길 수 있는 생활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우리 부모님들이 도와줘야 합니다.
 

▶︎정시훈 기자: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