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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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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스님 시사칼럼] 오동잎 떨어지면 가을 온 것을 안다

정민지 2021-10-08 15:21:09

안녕하십니까?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善眞)입니다.

 

오늘은 오동잎이 떨어지면 천하에 가을이 온걸 안다. 라는 제목으로 마음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름철의 비바람을 끄덕 않고 다 견딘 오동잎도, 가을 기운 앞에서는 처음 한 잎이 떨어지는 것을 신호로 온 나무의 잎이 일제히 맥을 놓고 낙하합니다.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짧은 시간이라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 아직 못가의 봄풀은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는데 어느덧 세월은 빨리 흘러 섬돌 앞의 오동나무는 벌써 가을 소리를 내느니라 라는 말이 명심보감에 나옵니다.

 

오동잎이 한 잎 지면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가을이 왔음을 안다고 했습니다. 가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식물은 오동나무라고 합니다. 딸을 낳으면 그 몫으로 밭두렁에 오동나무를 심고, 아들을 낳으면 그 몫으로 선산에 소나무를 심는 것이 우리선조들의 내 나무 갖기였습니다.

아기가 자라면서 앓을 때는 내 나무를 찾아가 병 낫기를 빌었습니다. 딸이 시집 갈 때는 그 오동나무를 잘라 농짝을 만들어 여생을 더불어 하고 아들이 늙어 죽을 때는 그 소나무로 관을 짜 더불어 후생을 영생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어디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에 우리는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며 겨울을 준비합니다. 그러나 시나브로 흘러가고 있는 시간과 계절을 잠시도 붙잡고 있을 수는 없으니 안타깝습니다.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라는 조지훈의 '낙화'라는 시의 꽃, 필 때가 있으면 질 때가 있고 만날 때가 있으면 헤어질 때가 있고 오를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는 법입니다.

 

가을이 가면 이제 단임 대통령에게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어쩌면 불통(不通)과 자기편에 갇힌 팬덤 통치가 이 나라를 한 번도 경험 못 한 여기까지 끌고 와 나라 안팎의 처지가 팍팍하고 집 갑은 폭등을 하고, 서민 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실정(失政)의 불행한 대통령의 역사는 반복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오동잎이 한 잎 지면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가을이 왔음을 알고, 한 송이 꽃을 꺽 기만 해도 머나먼 별들이 놀랩니다. 존재 계는 하나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머물고 있는 그 자리에서 거미줄과 같이 조화롭게 어우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떨어지는 나무 잎은 아름답습니다. 자연은 말없이 우리에게 날마다 새로운 풍경을 펼쳐 보여줍니다. 오동잎 한 잎 두 잎 지는 가을은 우주의 혁명입니다. 혁명에는 대가가 필요합니다.

열매를 위해 잎을 버리듯, 기존의 성취를 과감하게 비우고 그 비움을 통해 지금과는 다른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다가올 겨울의 적막과 침묵을 견뎌 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생성과 성장 그리고 소멸의 과정을 겪으며 이 가을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갈 것입니다.

 

오동나무로 가야금이나 거문고를 만들 때, 나무를 켜서 바로 만들지 않고 5년 동안이나 비바람과 눈에 말린다고 합니다. 고난의 세월을 견뎌낸 촘촘한 나무결, 5년의 눈서리, 비바람을 맞아 진이 빠진 오동나무에서 맑고 아름다운 미묘한 소리가 울려나오듯, 많은 고통을 이겨낸 사람에게는 깎이고 다듬어진 인격과, 그윽한 삶의 겸손의 향기가 배어 있습니다.

 

이 세상의 무상함은 가을 하늘의 구름과 같고 사람의 생사는 연극을 보는 것과 같고 사람이 한 생애를 마치는 것은 하늘의 번개와 같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처럼 빨리도 흐릅니다.

자연의 순리 앞에 탐욕으로 점철된 순간순간들은 무엇이었는가? 익어가는 가을,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다시 생겨날 수 있기 위해서는 소멸하기를 원해야 하며, 우리 내면의 지나친 욕심과 사념, 감정, 분노, 시기심, 경쟁심의 벌판도 과감하게 가을걷이하여 수확하는 만큼만 만족하는 겸손한 자세이기를 바래봅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2021년 10월 6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