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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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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잘못을 참회하는 자세

문정용 2021-11-24 15:30:21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부처님 생애의 말년에는 두 가지 중대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부처님께서 정각을 성취하시고 37년, 세납 72세로 추정되는 시점에서 부처님의 민족인 샤카족의 멸망과 더불어, 제자 데와닷따의 반역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 두 가지 사건으로 노년의 부처님 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참담하고 쓸쓸하셨을 것입니다.

특히 데와닷따의 반역 사건은 승가의 분열뿐만 아니라, 당시 승가 최고의 외호자였던 마가다국의 빔비사라왕까지 폐위되고, 죽음에 이르게 된 충격적인 사건이 되고 말았습니다.

부처님의 친척으로 알려진 데와닷따는 야망이 큰 인물이었던 것 같고, 명석한 두뇌에 언변도 좋았으며, 특히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떤 아부도 마다하지 않았던 인물이었을 걸로 추정됩니다.

아누룻다, 밧디야, 아난다, 우파리 등과 함께 출가하였는데, 그는 아라한과를 증득하지는 못했지만 남다른 신통력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야망을 숨긴 데와닷따는 당시 마가다국의 왕자였던 아자따삿뚜에게 접근하여 화려한 언변과 신통력 등으로 환심을 사서, 막대한 시주물을 보시 받아 자기를 잘 따르는 비구들을 포섭하는 데 사용하였습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이런 상황을 근심스럽게 바라보고 계시면서, 데와닷타의 마음속에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는 잘못된 야망으로 인해 언젠가 불어닥칠 재난을 미리 알고 계신 듯, 데와닷타를 부러워하면서 따르는 비구들에게 이렇게 훈계하셨습니다.

“비구들이여! 출가자가 명예와 재산을 탐하는 세속적인 욕망은 부질없다.
그런 욕망이야말로 결국은 자신을 파괴시키는 원인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아직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깊이 받아들이지 못한 비구들은 데와닷따에 대한 흠모의 정을 버리지 못하였습니다.
마침내 본 모습을 드러낸 데와닷따는 마가다국의 왕자에게 “왕자님, 아버지인 빔비사라 왕이 장수한다면 언제 왕자님이 왕위에 오르겠습니까.
어쩌면 그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왕위를 빼앗길지도 모르는 일이고, 지금이 기회이니, 부왕을 폐위하고 왕자님이 마가다국의 대왕이 되어야 합니다. 저 역시 부처님을 제거하고 승가의 주인이 되고자 하니 도와 주시기 바랍니다.”

급기야 왕자는 부왕을 죽이고 왕이 되는 데 성공하였지만, 데와닷따는 부처님을 해치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할 수 없이 자기를 따르는 비구들을 선동하여 부처님과 멀리 떨어진 도시로 나가 독립을 선언하게 되었으나, 이마저도 뛰어난 제자 사리풋다와 목갈리나 비구에 의해 실패하게 됩니다.

이에 분노가 극에 달한 데와닷따는 스스로 병이 들어 사경을 헤매게 되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 시작했고, 부처님을 찾아가 참회하고자 하였으나, 부처님 처소에 이르지도 못한 채, 그대로 땅속 아비지옥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런 데와닷따를 두고 부처님께서는 ‘그가 만일 출가하지 않고 재가에 있었다면 돌이킬 수 없는 중죄를 저질렀을 것인데, 그가 그나마 출가했기 때문에 중대한 죄악을 저질렀어도 뉘우쳐 참회하는 마음이 생겨났고, 또 다른 미래를 기약할 수가 있게 되었다. 금생에 이렇게 참회한 인연으로 백천 겁이 지나면 아띳싸라는 연각불이 될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데와닷따를 출가시켰던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자기 허물을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군가로부터 훈계를 받았을 때, 자기 자신을 잘 되돌아보는 일인데, 얼마 전 대구 어느 지역에서 식당 영업장 앞에서 담배를 피고 소란을 떠는 중학생들에게 훈계를 하고도 듣지를 않자, 경찰에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그 학생들이 단체로 식당에 난입하여 난동을 부렸답니다.

심지어 어느 학생은 ‘우리는 촉법소년이어서 사람을 죽여도 감방에 가지 않는다’고 소리치는 협박성 발언도 하였다 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더군다나 백 배 사죄하여야 할 입장의 학부모는 ‘왜 우리 아이를 자극하고 경찰에 신고하여 이런 사태를 만들었느냐’고 항의하였다 하니 할 말을 잃습니다.

‘큰 인물은 떡잎부터 알아 본다’는 속담이 떠 오르는 아침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