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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서로서로 화목하라.. 생존을 위한 물 다툼-2 상세보기

[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서로서로 화목하라.. 생존을 위한 물 다툼-2

문정용 2022-04-28 08:42:46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불교에서 내세우는 첫째 덕목은 화합입니다.
승보사찰로 잘 알려진 양산 통도사에는 돌기둥을 세워 방포원정상요청규 이성동거필수화목이라는 글귀를 새겨놓을 정도로 불교에서는 화합을 강조했습니다.
출가 수행자는 청정한 규범이 필요하고, 함께 모여 사니 화목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샤까족과 꼴리야족간에 물을 두고 펼쳐진,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로히니 강가에 나타나신 부처님의 위엄 앞에 모두가 무기를 내려놓고 침묵에 잠겨 있을 때, 부처님께서 물으셨습니다.
‘대왕들이시여! 왜 서로 이렇게 싸우려 하시는 겁니까?’
‘저들이 우리들을 짐승같다고 했고, 문둥이 집단이라고 욕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그런 말이 나왔습니까?’
두 나라의 왕들과 장군들 그리고 병사들은 그 이유도 몰랐고, 하나씩 물어가자 마침내 두 농부의 작은 물싸움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대왕들이시여! 이 강물과 사람 중에 어느 쪽이 더 소중합니까?’
‘물보다 사람이 훨씬 더 소중합니다.’
‘그런데도 메마른 이 로히니 강에 사람들의 피가 흐르게 할 참이요?’

두 왕은 부처님 앞에서 머리를 숙였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유명한 비유의 이야기를 해주시게 됩니다.

나무 숲에 살던 겁많은 토끼 한 마리가 도토리나무 아래에서 뜬금없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 하늘이 무너지면 어떡하나?’
때마침 도토리 하나가 그 겁많은 토끼의 큰 귀에 툭 떨어졌다.
천둥소리보다 더 크게 들렸던 그 소리에 토끼는 깜짝 놀라서 ‘큰일 났다, 하늘이 무너진다.’라고 소리치며 내 달리기 시작했다.
곁에 있던 다른 토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놀라서 뛰어가는 토끼를 따라 무작정 함께 뛰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두 마리가 되고 열 마리가 되고 수백 마리가 되자, 이제는 노루와 멧돼지 물소와 코끼리까지 ‘하늘이 무너진다’며 벌집을 쑤셔 놓은 듯 내달리기 시작했다.
높은 언덕에서 이 광경을 지켜 보던 사자는 생각했다.
‘하늘이 무너진다고? 그럴 리가 없다.’
그냥 두면 숲속 전체의 동물들이 죽을 수도 있는 벼랑을 향해 뛰어가니 그냥 둘 수가 없어 큰 소리로 표효하여 무리들을 멈춰 세웠다.
‘왜 달려 도망가는가?’
‘하늘이 무너지고 있기에 피해서 달려가는 것이다.’
‘누가 하늘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는가?’
코끼리부터 노루에게까지 물었으나 직접 본적이 동물은 한 마리도 없고, 마침내 겁 많은 토끼가 직접 보았노라고 답했다.
‘그러면 하늘이 무너진 그 장소에 가 보도록 하자’
하늘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는 도토리나무 아래에는 굵은 도토리 한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무너진 하늘은 어디에도 없었다.
사자가 토끼에게 물었다.
‘떨어져 있는 이 도토리가 네가 보았다는 하늘이 무너진 것인가?’
이 이야기를 들은 샤까족과 꼴리야족 사람들은 겁 많은 토끼 한 마리로 인해 일어난 그 큰 소동에 배를 잡고 웃었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위엄 어린 목소리로 친족은 화목해야 함을 강조하셨고, 참고 기다려 보기를 종용하시자 며칠이 지나지 않아 많은 비가 내려 가뭄이 해소 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수리 시설이나 펌프 기계가 발달하지 못한 시절에 산골 마을에서 자랐기 때문에 실제로 농사철 가뭄의 물싸움에 낫을 휘둘렀던 이웃 사람들의 싸움 장면도 기억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폭력성은 그리 크지 않은 욕심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얼마 전 대구시에서는 구미의 해평 취수장의 물을 공급받고 그에 따른 적절한 댓가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나, 정치권의 권력을 위한 공천 싸움도 보잘것없은 작은 욕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인내가 열반에 이르게 한다는 미얀마 속담이 떠오르는 아침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