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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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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스님 시사칼럼] 민요 아리랑(我離郎)의 불교적 의미

정민지 2022-05-18 09:40:32

▪︎ 출연: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시사칼럼 (2022년 5월 18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십니까?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善眞)입니다.

 

오늘은 아리랑(我離郎) 민요에 관해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아리랑은 작가 미상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잘 알고 부르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29호로, 한국을 대표하는 민요입니다. 본래 노동요의 성격을 갖고 있었으나, 직업· 사회공동체의 문화적 독자성이 강한 노래를 넘어서, 민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 민족적 동질성을 지탱하는 노래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 1위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한국의 3대 아리랑으로는 정선· 진도· 밀양아리랑이 있습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 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라는 아리랑이라는 용어가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서 수많은 해석이 행해져 왔습니다.

 

순수한 ‘아리’는 ‘아리땁다’, ‘랑’은,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설도 있는데, 연구가에 의하면, 아리랑(我離郎) 나를 떠나는 사람, 아라리(我難離) 나를 떠나기 어려움이라는 뜻이라고도 합니다.

불교적인 언어로 다시 표현해 보면, 아리랑(我離朗)은 참된 나(眞我)를 찾는 즐거움, 참 나를 깨달아 인간 완성에 이르는 기쁨의 노래라는 뜻으로,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는 것은, 나를 찾기 위해 깨달음의 언덕을 넘어간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아(我)는 가아(假我) 망아(忘我) 에고인 자아(自我)가 아닌 참나, 무아를 말합니다. 참나, 무아(無我)는 독립된 ‘개체적 자아’라는 생각이 소멸되고, 에고가 죽고, 무위로 나와 남이 하나인 나로, 온갖 분별이 끊긴 이원성이 사라진 자리입니다.

세상 모든 것은 연기적으로 존재합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멸하면 저것이 멸하므로 어떤 것도 초월한 그 자체로 절대적이고 불변하는 것은 없으므로, 연기(緣起) 즉, 공(空)이므로 불이(不二) 중도(中道) 무상(無常) 무주(無住) 무아(無我)라고 합니다. 자아(自我)를 벗어나야 존재의 근원자리인, 절대사랑 참나(眞我)로, 살아 갈수 있고, 열반(涅槃)의 언덕에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참나는 생각 감정 오감이 일어나기 이전 순수의식으로, 본성, 깨어 있음, 고요한, 진정한 구경의 질문에 이르는, 유일한 대답 침묵, 알아차림입니다.

 

‘리’는 여윌 리(離)로, 에고(假我)의 나(我)를 여윈 자리를 말합니다.

랑(朗)은 ‘즐겁다, 밝다, 맑게 환하다’는 뜻으로, 지금 목전(目前)에 생생하고 또랑또랑한, 간단하고 분명한 ‘이것’에 의지하여, 바로 지금 이 자리에 현존하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의 뜻은 영원한 참 생명자리, 참된 나를 잃어버리지 말고, 밖으로 향하는 의식의 빛을 돌이켜, 마음의 중심을 향하여 머리를 돌려, 자기 발밑을 보고,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본래면목인 참나를 비춰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오욕 칠정(五慾七情)의 속박으로, 업식(業識)의 환영(幻影)에 집착 하여, 육도 윤회(六道輪廻)에 흘러 들어가 고통을 받게 된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아리랑은 사랑에 버림받고 한 맺힌 여인의 슬픔을 표현한 민요를 넘어서서, 민중들 안에서 피어난 진리는 나 밖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찾는 것이라는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기 위해, 부른 쉬운 노래가사입니다. 그 큰 뜻을 담아 전해주고자 했던 염원과 불교사상이 담겨져 있는 노래라 하겠습니다.

 

아리랑 소리를 듣고 무엇이 알아차리는가? 아리랑 소리를 무엇이 듣고 있는가? 아리랑 소리를 듣고 있는 자, 그것을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입니다.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그 대상을 쫒아 가지 말고, 지금 이 순간 항상 깨어있어,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이, 참나로 존재하며 살아가자는 아리랑의 의미라 새겨보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