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칼럼

[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부디 화합하여라 상세보기

[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부디 화합하여라

문정용 2022-10-27 11:06:35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세계를 일러 사바세계라고 말합니다. 

사바세계에서는 만족이 없어서 참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계라고 하여 ‘인토’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중생들은 다섯 방향에, 보다 나은 이상세계를 설정하여 사바세계를 떠나 다시 태어날 때는 그곳에 왕생할 수 있기를 염원하면서, 동쪽은 만월세계라하여 약사유리광여래를 남쪽은 환희세계로 보승여래를 서쪽은 극락세계로 아미타여래를 북쪽은 무우세계로 부동존여래를 중앙은 화장세계로 비로자나여래를 배치하여 그 부처님들이 계신 세상에 태어나 설법을 듣고 궁극의 안락을 얻고자 갖가지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이 사바세계가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는 자신들의 주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관계로 서로 화합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처님이 계실 당시에도 꼬삼비 지역의 비구들이 아주 사소한 일로 극명하게 대립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계율을 가르치는 스님과 교학을 강의하는 스님 사이에서 화장실을 사용한 후, 강사 스님이 남은 뒷물을 버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율사 스님이 강사 스님을 질타하면서 대립이 시작되었습니다.

 

율사 스님은 강사 스님이 계율을 어긴 형편없는 스님이라고 폄하 하였고, 강사 스님은 비록 계율을 어긴 일에 해당하지만 의도적으로 한 것이 아닌 실수였으므로 잘못이 없다고 항변하였습니다.

 

마침내 꼬삼비 지역의 모든 비구들이 두 패로 갈라져서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정도가 높아져만 갔습니다.

이 일이 부처님께 알려지자 부처님께서는 세 번씩이나 사람을 보내어 서로 화합할 것을 종용하였으나 끝내 싸움을 멈추지 않자 비구들에게 이렇게 훈계하셨습니다. 

‘비구들이여 이제 그만 두어라, 비구들이여 싸우지 마라, 싸우고 투쟁하고 다투고 논쟁하는 것은 이익이 없는 것이다.’

 

부처님의 이런 훈계에도 끝내 싸움을 멈추지 않자 부처님께서는 이 상황을 외면하신 채,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홀로 지내셨습니다. 

 

어느 날부터 부처님께서 자취를 감추신 것을 알게 된 재가 신자들은 그 이유가 ‘화합하라’는 훈계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의견 차이를 조정하지 않는 비구들의 잘못으로 규정 짓고 지금부터 비구들이 탁발을 와도 공양올리지 않으며, 어떤 예의도 갖추지 않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이후로 비구들은 탁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굶주리게 되는 등, 큰 곤경에 빠지게 되자 서로 화해하게 되었고, 신자들에게 예전처럼 대해 줄 것을 부탁하게 됩니다. 진정으로 참회하고 부처님께 용서를 받은 후 꼬삼비 지역의 비구들은 예전처럼 평온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정치꾼들의 행태와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묻지마식의 범죄들을 보면서 참지 않고서는 견뎌낼 수 없는 일들이 매일 연출되고 있으니 이곳이 사바세계임을 절실히 느껴지는 나날입니다. 

 

이 나라에 살면서 이런 꼴이 보기 싫어 이민을 떠날 수도 없고, 이상세계를 설정해둔 오방세계 중 한 곳으로 훌쩍 떠나 왕생할 수도 없으니, 부디 화합하라고 거듭 훈계하시고 더 깊은 산중으로 숨어드셨던 부처님의 심사가 어떠하셨을까? 막연히 짐작해 볼 뿐입니다. 

 

부처님의 말씀도 듣지 않았던 비구들을 화합시켰던 재가 불자들처럼, 요즘 세대는 국민들이 나서서 지지율이라는 회초리를 휘둘러 내리쳐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