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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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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재미를 추구하는 놀이 문화

문정용 2022-11-10 10:58:13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재미를 추구하는 놀이 문화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존재하기 마련인데, 그 재미를 추구하더라도 자신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남을 해롭게 하면서 자신의 재미를 추구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재미있는 놀이가 건전한 오락성을 넘어 방탕과 방종으로 연결되고 남을 괴롭게 한다면 이는 심각한 사회 문제를 만들어 내게 될 것입니다.

 

출가자들이 집단을 이루어 생활하는 승가에서도 예외 없이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출가승들의 재미 추구는 단순한 오락성이 아니라 고요히 수행하는 데서 생겨나는 그런 재미를 추구합니다.

 

부처님께서도 깨달으시기 전, 흥겨운 놀이 문화의 일종인 농경제에 참석하셨다가 농경제의 소란스러움을 피해 잠부나무 아래에서 잠시 명상에 잠기셨을 때에 기쁨과 재미를 느끼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출가하신 후에는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선정에 드시고 깨달음의 완성을 이루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깨달음이 성취되는 지혜가 발현함은 고요한 선정에서 나올 수 있으며 고요한 선정은 계율을 지킴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승가에서는 조석 예불을 올릴 적에 먼저 계향을 강조하고 계향으로 인한 정향이 정착되면 정향으로 인해 혜향이 뜨면서 해탈의 기쁨에 이르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 고요로 인한 완전한 재미 추구는 혼잡하거나 위험한 상황에서는 발현되기 어려움으로 혼잡을 피해 고요한 장소를 찾아 선정 속에서 얻어지는 재미를 추구하되 위험한 상황을 절대 피해야 한다고 승가에서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범망경 보살계본에서는 48경계를 두어 수지하고 지키도록 하는데, 그 37번째 경계에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무리 수행을 위해 조용한 곳을 찾더라도 험난한 곳이나 위험한 곳에는 들어가지 말지니, 지형이 높고 험한 곳이나, 초목이 너무 무성한 곳이나, 맹수가 사는 곳이나, 물과 불과 바람으로 인해 난리가 난 곳이나, 도둑이 나오는 외딴 길이나, 독사가 많은 곳 등 온갖 위험한 데는 가지 말지니라. 

안거를 할 때에도 이와같이 위험한 곳에는 들어가지 말아야 하나니, 이를 어기는 자는 경구죄를 범하는 일이 된다’고 했습니다. 

 

수행의 즐거움과 그로 인한 어떤 재미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지난 10월의 마지막 날 쯤, 서울 이태원에서는 할로원이라는 축제를 즐기기 위해 수많은 젊은 인파가 모여들어 음주와 가무가 이어졌고, 이로 인해 위험이 감지되자 통제를 요청하는 신고가 접수되었지만, 마침내 축제를 즐기던 사람들이 뒤엉켜 156명이나 되는 소중한 젊은 생명이 사라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시월의 마지막 날이 되면 어느 유명 가수가 불렀던 노래를 흥얼거리며 노랫말의 감상에 젖어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시내 곳곳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빈다는 현수막을 보노라면 가슴이 먹먹해지는데, 어떻게 할로원 축제가 떠오르는 시월의 마지막 밤의 정취에 빠져들 수 있겠습니까?

 

우리의 정서와 많이도 다른 할로원 축제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교묘한 상술과 유흥 문화로 변질 되었다 하더라도 안전을 보장 받지 못한 유흥이 어떤 참사를 가져오는지 배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 뿐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