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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최영식교수 아침칼럼] 의성 고운사 연수전 상세보기

[최영식교수 아침칼럼] 의성 고운사 연수전

정민지 2022-12-02 09:57:31

▪︎ 출연: 대구한의대 한문화건축연구소 최영식 교수 

▪︎ 방송: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아침칼럼’ (2022년 12월 2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십니까. 대구한의대학교 한문화건축연구소 최영식교수입니다. 오늘은 보물 제2078호 의성 고운사 연수전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1744년 조선 제21대 왕 영조는 51세가 되었을 때, 60세를 바라보는 나이라고 해서 이를 경사로 여겨, 그해 9월 광화문 남쪽 끝에 관직에서 물러난 문신들을 예우하기 위해 설치한 기로소(耆老所)에 이름을 올린 세 번째 왕이 되면서, 의성 고운사에 어첩(御帖)을 봉안한 건물을 짓도록 명하여 사찰 안에 조선 왕실의 기로소가 지어졌는데 이것이 바로 고운사 연수전입니다.

  조선시대에는 나이가 70세가 되고 벼슬이 정2품 이상인 사람의 무병장수와 부귀를 기려 ‘기로소’에 모셨는데, 영조 임금은 그 기준을 60세로 낮추었습니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60세가 되었을 때 기로소에 입소했고, 19대 숙종은 59세에 한해 먼저 기로로 삼았으며, 21대 영조는 이를 더 앞당겨 망륙(望六) 즉, 60세를 바라보는 51세가 되자 기로소에 입소하였습니다.

  서울 기로소 영수각에 모신 어첩에 ‘지행순덕영모 의열왕(至行純德英謨毅烈王)’이라는 자신의 호를 직접 쓴 영조는 기로 신하들에게 상을 내리고, 의성 고운사에 어첩을 봉안한 건물을 짓도록 명했습니다.

  명을 따라 의성 고운사에 ‘어첩 봉안각(御帖奉安閣)’을 서울 기로소 ‘영수각’을 본떠짓고, 건물 이름도 ‘기로소 봉안각’으로 고쳤습니다.

  그 후 조선 고종은 1902년 51세가 되었을 때 기로소에 들면서, 영조 때 세운 고운사 봉안각을 수리하고 건물 이름을 ‘연수전(延壽殿)’으로 고쳤습니다.

  연수전은 기단 위에 정면 3칸, 측면 3칸, 중앙에 1칸의 감실방을 두고 방의 사면에 툇간을 두른 독특한 평면 형태로, 연수전 사방에 담장을 두르고 정면에 솟을삼문으로 출입문을 삼아 격식을 최대한 올렸습니다.

  사방을 개방하고 가운데 방을 둔 건축방식은 한국 목조건축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연수전 내부 장식도 색다릅니다. 감실 실내는 무병장수와 복록(福祿)을 상징하는 각종 동물과 식물 문양으로 치장되어 있습니다. 내부 좌우 벽에는 해와 달을 가리키는 해‘일(日)’자와 달‘월(月)’자를 한 글자씩 써 넣었는데 日月은 왕권을 상징하는 것이고, 천장에는 용과, 봉황, 거북, 기린 등 신령한 네 마리의 동물을 지칭하는 글자가 있으며, 출입구 위에는 여섯 마리의 학이 구름 사이를 노니는 모습을 그려 놓았습니다.

  감실 외벽에도 화려하고 생동감 있는 채색 그림과 상서로운 글귀가 가득합니다. 오른편 상단에는 ‘용루만세(龍樓萬歲)’라는 글귀와 함께 ‘부귀가 바다와 같이 영원하기를 바란다’는 축원문이 있고, 왼편 상단에는 ‘봉각천추(鳳閣千秋)’라 적고 ‘수명이 산처럼 길어 늙지 않기를 바란다’는 글이 적혀 있습니다.

  연수전은 크지 않은 건물이고 감실은 불과 1칸의 작은 방이지만 안팎의 그림이나 글귀는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장수와 복록을 축원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사찰 안에 서울 기로소의 영수각을 본떠 건물을 지은 점도 색다르지만 왕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글과 그림을 가득 채운 점은 한층 더 이채롭습니다.

  숭유억불 정책으로 불교와 거리를 둔 조선이지만 조선 왕실은 장수와 복록을 바라며 사찰을 지원했음을 영조가 의성 고운사에 어첩봉안각을 세우고 고종이 이를 수리해서 연수전으로 삼은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전에 고운사 연수전을 찾았을 때 연수전 내부 벽화 위에 방풍을 위하여 한지로 도배가 되어있고 전열 콘센트가 배선되어 있어 중요 문화유산 원형이 상당부분 훼손된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문화유산의 이해를 더 높이고 조속히 원형이 회복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조선시대 왕실과 불교 사원의 인연을 보여주는 ‘의성 고운사 연수전’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