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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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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서로 신뢰하고 챙겨주기

문정용 2022-12-08 09:17:38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경상남도 양산군에 일천 고지가 넘는 영축산이 있고 그 영축산이 품고 있는 거대사찰이 있는데, 바로 불보종찰 통도사입니다.

영축산문을 지나 통도사의 일주문을 들어서는 곳에 두 개의 돌기둥이 세워져 있는데, 그 돌기둥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방포원정상요청규 이성동거필수화목’

이 글을 이렇게 새겨볼 수 있습니다. 

‘출가하여 삭발하고 수행하는 이들은 늘 청정한 규범을 지켜야 하고, 태생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함께 수행하니 반드시 화목해야 한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청정한 규범을 지켜 신뢰를 쌓고 서로 화목하여 조화를 이루자는 것입니다.

 

제가 문경 봉암사란 사찰에 안거에 들어 원주 소임을 맡아 생활한 적이 있었습니다. 원주 소임이란 주지 스님을 모시고 한 철 동안 수행 정진하는 스님들을 시봉하며 사찰 살림살이는 꾸려가는 직책입니다. 

 

백여 명의 대중이 모여 90여일 동암 함께 수행 생활을 하다 보면 아무리 출가 수행자라고 하더라도 불평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이 생겨나게 마련인데, 아니나 다를까? 먹거리를 두고 타박하는 스님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별 소란이 없이 잘 마무리가 되었지만, 그때 주지 스님께서 중재를 하시는 과정에서 하셨던 말씀이 지금도 저의 마음에 새겨져 있습니다.

 

그 말씀은 ‘대중을 시봉하는 스님들은 아무리 잘 챙겨 드려도 항상 부족하다는 마음을 갖고, 시봉을 받는 스님들은 아무리 부족하더라고 늘 풍족하게 챙겨 주어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대중을 시봉하는 직책을 맡은 스님들은 열심히 수행 정진하는 스님들을 보면서 챙겨 드리는데 성심을 다하고, 수행하는 스님들은 자신들을 챙겨 주는 시봉자 스님들께 무한한 신뢰의 마음으로 믿고 의지하여야 원만한 수행 생활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생활도 절대로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상대 차가 교통법규를 제대로 지킨다는 신뢰 속에서 서로를 믿고 의지할 때 안전 운행이 보장되는 것이며, 가정에서도 아내는 남편을 믿고 남편은 아내를 신뢰할 때 행복한 가정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국민은 지도자를 믿고, 지도자는 국민의 안녕을 책임지는 사명감으로 일해야 할 텐데, 끊임없는 정치적 다툼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노사간의 갈등 문제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파업 투쟁으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습니다.

 

노동자는 열심히 일하여 회사에 이익을 주어서 그 댓가를 지불 받는 것이며, 회사는 성실히 일해준 노동자의 도움으로 성장할 수 있으니 충분한 댓가를 지불해야 할 것입니다. 

이때 노동자는 더 열심히 일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회사는 더 넉넉히 챙겨 주지 못해서 노동자들에게 송구해 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정치적 갈등과 파업의 결과는 어떻게든 해결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불신의 문제와 경제적 손실, 그리고 국민들의 불편함에 대한 문제는 누가 감당해야 하겠습니까?

 

요즘 며칠간 밤잠을 설치며 월드컵 축구 경기 관전에 푹 빠져 있습니다. 

피파랭킹 28위의 대한민국 팀이 9위 팀인 포르투갈를 이겨 16강에 진출하는 기쁨을 우리 국민들에게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 경기에서 모든 선수들의 투혼이 감동적이었지만 유독 두 선수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서로를 믿고 의지했던 결과로 승리의 주역이 되어 세계적 찬사를 받고 있음을 청취자 여러분은 잘 아실 겁니다. 

 

세계 최강팀을 만나 8강 진출은 비록 좌절되었지만, 어수선한 국내 사정에 활력과 기쁨을 가져다주었던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면서 서로를 믿고 신뢰한 결과가 안녕과 성공을 가져온다는 봉암사 어느 주지 스님의 말씀을 다시금 새겨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