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아침칼럼

■ 대구한의대학교 한문화건축연구소 최영식 교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십니까. 대구한의대학교 한문화건축연구소 최영식 교수입니다. 오늘은 지리산 구례 화엄사 ‘네 사자 삼층석탑’ 장엄조각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구례 화엄사 ‘네 사자 삼층석탑’ 건립에 관한 신뢰할 수 있는 기록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학계에서는 이탑은 경주 불국사 다보탑과 함께 신라시대 이형석탑의 초기 사례로 보고 있고, 8세기 중엽 신라 제35대 경덕왕대에 조성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화엄사 각황전 좌측 계단 길 위 ‘효대’라 불리는 곳에 위치한 ‘네 사자 삼층석탑’은 두 단의 기단부와 3층의 탑신부 그리고 그 위에 상륜부로 조성되어 전형적인 신라 삼층석탑의 구성을 따르고 있습니다.

일반 석탑 기단부와는 달리 네 마리의 사자상이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상층기단부나, 석탑과 석등이 마주보는 배치형식이나, 석탑과 석등에 표현된 장엄조각 등과 같은 특징들 때문에, 구례 화엄사 ‘네 사자 삼층석탑’은 신라시대의 대표적 이형 석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로 마주보는 석탑과 석등에는 각각 인물상이 놓여 있는데, 석탑의 인물상은 상층기단 중앙부에 두 손을 모으고 연봉오리를 들고 서있는 반면, 마주하고 있는 석등의 인물상은 석등 하대석 위에 놓이는 간주석 위치에 찻잔을 들고 한쪽 무릎을 끓고 앉아 석탑 인물상을 향해 차를 공양하는 모습입니다. 이 두 인물상의 의미에 대해서는 화엄사 창건주인 연기조사가 그의 어머니에게 차를 공양하는 종교적인 해석도 있고, 구례 화엄사 일대가 우리나라 차 시배지인 배경에 따르면, 차 문화와 관련지어 해석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석탑 하층 기단 네 면에는 각각 3개씩 총 12개의 비천상이 조각되어 있는데, 이들은 하늘을 날면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거나, 서로 다른 모습으로 불천(佛天)을 찬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탑의 상층 기단 중앙부에 서있는 인물상을 중심으로 네 귀퉁이에는 사자 상들이 대각선 방향으로 바깥을 향해 연화좌 위에 앞발을 곧게 뻗고 가슴을 내민 자세로 앉아, 머리 위에는 부리가 위로향한 연꽃을 얹고 상층기단 갑석을 받치는 기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네 마리의 사자 상들은 가슴에 보석 구슬을 꿰어 만든 영락이 조각되어 있고, 머릿결이나 입을 벌린 채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입모양 등에서 ‘AUM’ 발성과 관련된 법성(法性)의 차이를 나타내 보이고 있습니다.

또 1층 탑신 네 면에는 각각 문짝을 나타내는 문비가 조각되어 있고 그 좌우에 무력으로 불법을 옹호하며 불경을 독송하고 이해하여 남을 위해 설명해주는 사람들을 수호해주는 신장상(神將像)이 조각되어 있는데, 서측 면에는 금강역사들이, 남측과 북측 면에는 사천왕들이 둘씩 나누어 조각되어 있고, 정면인 동측 면에는 수미산 꼭대기 도리천의 임금이신 ‘제석천(帝釋天)’과 부처가 깨달음을 얻자 맨 먼저 찾아와 불법에 귀의한 ‘범천(梵天)’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이배치를 건축적으로 살펴보면 정면의 제석천과 범천은 탑신에 봉안되었던 사리와 함께 중앙에 석가불과 그 양편에 두 보살을 모신 석가삼존을 이루게 되고, 서측 면에는 손에 금강저(金剛杵)를 쥐고 부처님을 호위하는 ‘밀적금강’과 힘이 코끼리의 백만배나 되는 ‘나라연금강’이 불법을 지키는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으며, 남측 면에는 증장천왕과 지국천왕이 조각되어 있고, 북측 면에는 다문천왕과 광목천왕이 각각 조각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각 신장상들의 배치형태는 금강문과 천왕문을 지나 주불전에 이르는 전통사찰건축 가람배치의 기본형식과도 상당히 닮은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국보 제35호 ‘구례 화엄사 네 사자 삼층석탑’ 장엄조각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