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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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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스님 시사칼럼] 지혜의 등불을 밝히자

정민지 2023-05-17 14:26:59

▪︎ 출연: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시사칼럼 (2023년 5월 17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십니까?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善眞)입니다.

오늘은 지혜의 등불을 밝히자. 라는 제목으로 마음 나눠 보겠습니다.

 

매년 부처님오신 날에 즈음하여 각 사찰에서는 서원을 담아 부처님 전에 연등을 밝힙니다. 아사세 왕이 기원정사에서 부처님께 법문을 청해 들을 때 동참한 모든 불제자들이 기름 등불을 켜서 법회자리를 밝힌 데서 유래됩니다. 이때 난타라는 한 가난한 여인이 많은 사람들이 기름등불 공양을 올려 공덕 쌓는 것을 보고, 스스로도 복을 쌓고 싶었으나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어, 인연의 복을 지을 수 없음을 안타까이 여기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팔아서 기름을 구하여 불을 밝혔습니다.

 

아침이 되어 모든 불은 거의 꺼졌으나, 이 난타의 등불 만은 꺼지지 않고 밝게 타고 있었습니다. 아난과 목건련 존자가 이를 보고 부처님께 여쭈니 부처님께서는 이 등불은 지극한 성심과 큰 원력을 가진 사람이 밝힌 등불이기 때문에 꺼지지 않는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이때부터 큰 원력을 세운 사람은, 지극한 정성으로 기원 공양하면 무량한 공덕을 입을 수 있음을 깨닫고, 부처님 전에 등불을 밝혀 부처님 은혜에 보답하고 자신의 지혜를 밝히게 되었다는 빈자일등(貧者一燈)의 설화입니다.

 

빈자일등(貧者一燈)의 의미는 연등의 크기나 가격보다 등불을 밝히는 우리들의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부처님께 등 공양을 올려 마음의 등불을 밝히는 것은, 나 자신은 물론 모든 존재가 불성을 지니고 있으며, 본래 부처요 주인공이자, 다함없는 생명과 존엄성을 지닌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우기 위한 것입니다. 나아가 촛불이 자신의 몸을 태우면서 주위를 밝히듯이 우리 중생 들도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태우면서 이웃과 사회를 밝히고 세상을 밝히자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오늘날 세상은 빈부 격차, 불공정한 경쟁, 물질 만능 주의로 인간 소외 환경 파괴와 이분 법적 문화로 대립, 갈등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현대 문명을 수용하고 책임져야 할 주인으로서, 오늘의 문명을 반성하고, 그 병증에 따른 개선책을 강구하며, 그릇된 방향을 바로 잡아 나가야 할 것입니다.

 

자연에 존재한 모든 것은 다 나와 하나일 뿐만 아니라, 완전한 전 우주와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주와 나 나머지 존재들로 갈라놓지 않았기에, 자기 자신과 분리된 존재로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모든 존재는 그물 망처럼 연결된 전체 생명의 일부로 존재 하므로, 너와 내가 둘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하나인 생명체로, 모든 생명은 불성을 지닌 부처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생명이 세상의 주인이며, 부처님이므로 누구도 누구를 억압할 권리가 없습니다. 생명은 있는 그 자체로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이러한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일체 존재에 대해 감사하고, 그렇지 않은 존재들에게 관계성을 회복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탐욕으로 진리의 빛을 감춰버리고, ​인정이 식어가는 이 사바세계에, 마음의 등불을 밝혀, 항상 깨어 있으면서, 마음 챙기며 알아차리고 살펴서, 나의 안정과 이익 만을 추구하는 자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온정을 베풀며, 약한 이를 연민으로 감싸주어, 누가 내게 사소한 실수를 했을 때라도, 성내지 않고 따뜻한 말 한 마디로 위로하며, 일체 생령들에게 동체 심으로 마음의 연등 공양을 올릴 때, 우리들 마음속에 자비로움이 깃들 것이며, 평화로운 대동사회(大同社會)가 열릴 것입니다.

 

사바 세계의 불행과 고통의 진정한 원인은 업과 미혹입니다. 미혹은 자기 집착, 분노, 자만, 증오, 적대감입니다. 등불이 어두운 곳을 밝히듯 모든 중생이 등불처럼 밝은 마음을 심지로, 자비를 기름으로 영원히 꺼지지 밝은 자성의 등불 밝히면 미혹은 사라 질 것입니다. 내 안의 지혜의 등불 밝혀, 일상 속에서 법을 굴리는 영 겁의 주인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