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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배지현변호사 법률칼럼] 제사 주재자는 친 연장자..15년 만의 판례 변경 상세보기

[배지현변호사 법률칼럼] 제사 주재자는 친 연장자..15년 만의 판례 변경

정민지 2023-05-18 09:09:47

▪︎ 출연: 법무법인(유) 효성 배지현 변호사 

▪︎ 방송: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법률칼럼’ (2023년 5월 18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세요. 배지현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15년 만에 판례를 변경해 부모의 제사는 남녀 상관없이 촌수가 가까운 순서 중 연장자가 우선한다고 판시한 최근의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A씨는 김씨와 결혼해 두 딸을 낳은 후, 이씨와의 외도를 통해 아들을 낳아 김씨와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씨와 함께 살았습니다. 이후 A씨가 사망하자, 사실혼관계의 이씨가 장례식을 치른 후 본처인 김씨와 협의하지 않고 추모공원에 A씨의 유골을 모셨습니다. 이에 본처인 김씨와 두 딸은 이씨를 상대로 남편이자 아버지인 A씨의 유골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사망자의 유골은 민법상 분묘 등과 함께 제사를 지내는 사람인 제사 주재자에게 속하는 제사용 재산이므로 김씨와 두 딸이 제기한 소송에서 결국 제사 주재자가 누구인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민법 제1008조의3에서 정한 제사 주재자는 제사용 재산을 승계받아 제사를 주재하기에 가장 적합한 공동상속인을 의미하며, 공동상속인 중 누가 제사 주재자로 가장 적합한 것인가는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면 그에 따르되,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때에는 15년 전인 200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라 적서 불문하고 장남 내지 장손자가,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장녀가 제사 주재자가 되었습니다.

 

김씨와 두 딸이 제기한 소송에 대하여 1심과 2심은 모두 15년 전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라 A씨의 장남인 혼외 아들이 제사 주재자이므로 제사용 재산인 A씨의 유골에 대한 권한은 혼외 아들에게 있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장남, 장손 등 남성 직계비속에게 우선권을 주었던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15년 만에 변경하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제사 주재자는 공동상속인 간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 적자와 서자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 주재자로 우선한다.’라고 판결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의 배경으로 ‘현대 사회의 제사에서 부계혈족인 남성 중심의 가계 계승 의미는 상당 부분 퇴색했다.’라며,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서 남성 상속인과 여성 상속인을 차별하는 것은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라고 판시했습니다. 나아가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을 우선하는 것은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한 헌법 제11조,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의 정신에 합치하지 않는다.’ 라고도 밝혔습니다.

 

이처럼 대법원은 제사 주재자를 정함에 있어서 적자와 서자를 불문하고 남성 상속인을 우선하던 선정 기준을 변경해 나이와 근친 관계를 새로운 기준으로 삼은 것입니다. 대법원은 ‘제사의 의미 중 남성 중심의 가계 계승은 퇴색하고, 돌아가신 조상에 대한 경애와 추모의 의미가 중요해졌으므로 자손 중 남성이 여성에 우선해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법리는 법적, 사회적 안정성을 고려해 판결 선고 이후 제사용 재산의 승계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만 적용하기로 하였습니다.

 

다만 이러한 제사 주재자를 결정하는 판단 기준이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상속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15년 만에 변경된 제사 주재자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살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