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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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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부처님오신날 연등 불빛

문정용 2023-05-24 14:28:42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사회의 동량이 되고 사회의 목탁이 되라는 말은 널리 알려진 내용입니다. 

동량이라는 말은 동량지재(棟梁之材)의 줄임말로써 집 한 채를 지탱하는 데, 기둥과 대들보가 중요하듯이 집안이나 나라를 떠받치는 중대한 일을 맡아 이끌어갈 만한 훌륭한 인재를 이르는 말이고, 사회의 목탁이 되라는 말은 사회를 각성시키고 바른길로 이끄는 사람이나 그러한 일을 일컫는 말입니다. 

 

또한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 말은 예수가 산 위에서 제자들을 가르칠 때, ‘너희는 세상의 빛이고 세상의 소금’이라고 말한 데서 따온 말로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빛처럼, 부패한 세상을 깨끗하게 맑히는 소금처럼 살라’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인류의 4대 성인의 한 사람이라는 소크라테스의 제자 중에 디오게네스라는 철학자가 있었는데, 그는 대낮에도 등불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괴이한 행동에 대해서 누군가가 물었습니다. 

 

“그대는 왜 밝은 대낮에 등불을 들고 다니는가?”라고 하자, 디오게네스가 대답하기를 “세상에 사람 같은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행여 등불을 들고 다니면 혹시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해서라네”라고 하였답니다. 

 

사람들에게 빛이 없다면 당장 커다란 어려움을 겪게 되고, 두려움과 공포에 떨게 되는 데, 컴컴한 뒷 골목은 물론이요, 가까운 야산을 한 밤 중에 몇 발자국만 들어서 봐도 두려움과 공포를 당장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길 떠난 나그네가 배도 고프고 지쳐서 피곤한데 날까지 저물어 오도가도 못할 때, 깜빡이는 한 줄기 불빛은 그야말로 희망이요 새롭게 생명을 받는 느낌일 것입니다.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망망대해를 항해하던 선박은 멀리 보이는 등대가 그 항해의 길잡이가 되어 주고,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들도 빨강 노랑 파란색의 신호등 불빛이 질서를 잡아 주어 안전을 보장받습니다. 

이처럼 불빛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물리적 환경에서 안전하고 행복한 삶이 되도록 하는 유익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중생이 사는 삶을 길 떠난 나그네에 비유합니다.

나그네의 처지는 항상 지치고 피곤하여 괴롭습니다. 

그들에게 한 줄기의 불빛으로 시선을 끌어 쉬게 하고, 먹게 하고, 잠자게 하고, 배우게 하여 그 삶의 길에 윤택함을 주고자 불교에서는 불빛을 상징적으로 사용하여 왔습니다.  

 

괴로운 삶의 내용을 몰라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워 괴로움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우리는 부처님 앞에 촛불을 밝히고 예경을 올린 뒤, 기도를 하거나, 경전을 읽거나 법사 스님들의 법문을 듣습니다.  

 

사찰의 법당 앞에는 영겁토록 꺼지지 않을 석등이 세워져 있는 것도 삶의 여정에서 지친 이들에게 부처님의 품 안으로 찾아와서 괴로움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등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중생들의 길잡이가 되어 주고 있는 불빛을 부처님의 가르침에 비유하여 지혜의 등불이라고 말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캄캄한 망망대해에서 등댓불을 만난 선박처럼, 칠흑 같은 밤에 산길을 걷다가 한 줄기 불빛을 보게 된 나그네처럼, 그들의 괴로운 문제를 해결해 주게 되었으니, 그 반가움을 아무리 과장되게 표현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사회의 동량과 목탁이 되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가르쳐서 오늘보다도 더 나은 내일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면 누구라도 발 벗고 뛰어들어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2567년 전에 중생을 완벽한 행복으로 인도하는 가르침을 남기시고 사바세계를 떠나셨기에, 그 가르침을 이어받은 우리 불자들은 오는 27일 ‘부처님오신날’에 연등불을 밝힘으로 인해, 그 지혜의 가르침을 온전히 이해하고 다음 세대에 제대로 전해 주는 디오게네스가 그토록 찾아 헤맨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