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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진스님 시사칼럼] 처염상정(處染常淨) 상세보기

[선진스님 시사칼럼] 처염상정(處染常淨)

정민지 2023-06-14 09:05:10

▪︎ 출연: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시사칼럼’ (2023년 6월 13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십니까?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善眞)입니다.

오늘은 처염상정(處染常淨)를 제목으로 마음 나눠 보겠습니다.

 

처렴상정(處染常淨)은 연꽃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더러운 곳에 있어도 항상 깨끗하다는 의미입니다.

연꽃은 아무리 더러운 진흙 속에 있어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한 송이 꽃을 피워내듯이 사람들의 자성자리인 마음도 본래 청정하기 때문에 더러움에 처하나 더럽혀지지 않고 청정하다는 뜻입니다.

마치 세간에 처해 있어도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흙탕물에 젖지 않는 연꽃같이 불선업(不善業)에 물들지 않기 위해 겸허한 자세로 항시 주의하고 경계 하며 살라는 의미로, 인간이 지향하고, 세속에서의 처신해야할 마음자세를 잘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시설하는 법회를 열었을 때, 이를 축하해서 대범천왕(大梵天王)이 꽃비를 내리어 공양을 했을 때, 이에 부처님은 그 중에 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니(염화시중 拈華示衆) 거기 모인 수많은 대중들은 그 게 무슨 뜻인지 몰라서 어리둥절 하는데, 오로지 가섭(迦葉)존자만이 그 참뜻을 이해하고 빙그레 웃었다(염화미소 拈華微笑)고 합니다. 이에 부처님은 가섭에게 정법안장(正法眼藏)과 열반묘심(涅槃妙心), 실상무상(實相無相), 미묘법문(微妙法門)의 불교진리를 마하가섭에게 전해 주셨습니다.

 

부처님이 연꽃을 드신 이유는? 이것은 말을 하지 않고도 마음과 마음이 통해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진리를 전한다는 뜻으로, 선 수행의 근거와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화두(話頭)입니다.

꽃을 들든 손가락을 들든 할을 하든, 방을 하든, 눈썹을 치켜세우든, 똑 같은 이치로 불법의 적적대의를 그대로 나타내는 것입니다. 부처님이 대중에게 한 송이 연꽃을 들어 보였다는 것은, 꽃이 아니라 꽃을 상징하는 것일 뿐, 부처님은 꽃의 모양이 아니라 이 꽃을 보는 바탕인 창조되지 않는 법신, 자신의 마음의 근원을 보라는 것입니다. 연꽃 한 송이 들어 보인 것은 우리들의 본래마음, 각성상태를 들어내 보인 것으로 꽃을 보는 자를 보고, 보는 자를 알라는 말입니다. 연꽃을 보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보고 아는 마음이, 완전한 지혜의 마음입니다.

 

우리의 무한한 실재인 순수의식은, 몸 생각 감정 느낌 기억 경험이 아닙니다. 이것은 빛깔, 형상, 만질 수도. 볼 수도. 소리. 냄새도 없습니다. 연꽃을 보는 것이 본래 아는 마음입니다. 볼 때 보는 대상을 보지 말고 보는 놈을 돌이켜 보아야 합니다. 무엇이 보는가?

나옹화상 어록에서는 ‘무엇이 마음인가? 본래 마음이란 여러분의 본분에 있는 것으로 자기라고도 하고 또한 주인공이라고도 부른다. 하루 종일 이 주인공의 부림을 받고, 어디를 가나 그것이 안배하는 대로 따른다. 하늘을 이고 땅 위에 서는 것도 그것이고, 바다를 짊어지고 산을 들어 올리는 것도 그것이며, 입을 열고 혀를 움직이게 하는 것도 그것이고, 발을 들고 걸음을 걷도록 하는 것도 그것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본래 스스로 있는 그대로 일뿐입니다.

 

대승경전인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은 연화가 곧 연꽃입니다. 꽃이 자랄 때 꽃과 열매가 함께 자라기 때문에 동시인과(同時因果)를 상징하고 과거 현재 미래 삼세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말합니다. 중생과 부처, 깨달음과 번뇌, 선정과 지혜가 서로 상응하고, 이치와 지혜가 하나가 된 상태를 말하며, 더러움과 깨끗함이 둘이 아닌 불이중도로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은 것을 청정이라 합니다.

청정은 더러움과 깨끗함을 포용하면서도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을 말합니다. 바로 지금, 있는 그대로 사실 그대로 참 그대로의 평등의 진리를 우리들에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연꽃을 보고 아는 마음이 우리의 안식처입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현상은 환영이며 실재가 아님을 알아 비록 더러운 곳에 처해 있을지라도 맑은 본성을 지니고 사는 연꽃이 진흙에서 피듯이 번뇌도 바르게 사용하면 인생을 최대로 음미하고 각성에 이르게 도구가 됩니다.

모든 것은 상호 의존하고 있음을 알고, 어떤 이원성의 느낌도 존재하지 않은, 곧은 마음으로 맑고 깨끗한 정신으로 연꽃같이 향기로운 꽃을 피우면서 살라는 가르침이 처렴상정(處染常淨) 입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