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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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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현변호사 법률칼럼] “니코틴 원액으로 남편 살해 사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문정용 2023-08-03 10:41:47

법무법인(유) 효성 배지현 변호사
법무법인(유) 효성 배지현 변호사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법률칼럼

 

■ 법무법인(유) 효성 배지현 변호사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세요. 배지현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아내가 니코틴 원액을 이용해 남편을 살해한 사건의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A씨는 2021년 5월 남편인 B씨에게 니코틴 원액을 섞은 음식과 음료를 먹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당시 A씨는 출근하는 B씨에게 니코틴 원액을 탄 미숫가루와 햄버거를 아침으로 주었으나 B씨가 속쓰림 증상 등만 호소하고 사망하지 않자, 같은 날 저녁 흰죽을 끓여 재차 니코틴 원액을 먹게 하였습니다. 이후 B씨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응급실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은 뒤 귀가하였고, A씨는 다시 한 번 찬물에 니코틴 원액을 타 B씨에게 주었습니다. B씨는 결국 숨졌고, 부검을 통해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수사기관은 A씨에게 내연남이 있었고, A씨가 B씨의 재산과 사망보험금 등을 가로채기 위해 자신이 전자담배를 피우는 과정에서 소지하게 된 니코틴 원액을 이용해 남편인 B씨를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1심은 A씨의 혐의를 전부 인정해 A씨에 대하여 징역 30년을 선고했습니다. 2심은 공소사실 중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와 흰죽을 먹게 한 부분은 무죄로 보았습니다. B씨가 미숫가루 음료나 흰죽을 섭취하고 호소한 증상들은 니코틴 음용에 따른 것이 아닐 가능성을 합리적으로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찬물에 니코틴 원액을 타서 먹이는 방법의 범행은 유죄로 인정하여 1심과 동일하게 A씨에 대하여 징역 30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인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해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파기환송이란 상소심에서 심리한 결과, 원심판결에서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일정한 사유, 즉 파기사유가 있어 원심판결을 지지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상소법원이 이를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여 다시 재판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유죄 부분에 대해 제시된 간접증거들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적극적 증거로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유죄로 확신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있다며 추가 심리가 가능하다고 보이는 이상 원심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A씨가 찬물에 니코틴 원액을 타 범행을 저질렀다는 부분과 관련해 대법원은 부검 결과나 감정의견 등은 B씨의 사인이 급성 니코틴 중독이라는 점과 B씨가 응급진료센터를 다녀온 후 B씨에게 과량의 니코틴 경구 투여가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증거방법으로서 의미가 있을 뿐, A씨가 찬물에 니코틴 원액을 타서 B씨로 하여금 음용하게 했다는 공소사실이 증명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B씨에게 찬물을 준 후 밝혀지지 않은 다른 경위로 B씨가 니코틴을 음용하게 되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다시말해 A씨가 남편 B씨에게 준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 남아있었고, B씨의 체내 니코틴이 최고 농도에 이르렀을 시각엔 휴대전화 사용 기록도 남아있어 다른 경위로 B씨가 니코틴을 마셨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2심인 원심판결에는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음을 이유로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여 다시 재판하도록 하였습니다.

 

오늘은 유죄를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파기환송된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