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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배지현변호사 법률칼럼] “아이 가방에 몰래 녹음기 넣어 녹취했다면 증거능력 없어” 상세보기

[배지현변호사 법률칼럼] “아이 가방에 몰래 녹음기 넣어 녹취했다면 증거능력 없어”

문정용 2024-01-18 18:02:34

법무법인(유) 효성 배지현 변호사
법무법인(유) 효성 배지현 변호사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법률칼럼

■ 법무법인(유) 효성 배지현 변호사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세요. 배지현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교사의 아동학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아이의 가방에 몰래 녹음장치를 넣어 교사의 목소리를 녹취한 경우, 이를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대법원의 최근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법이 규정한 절차에 위반하여 수집한 증거를 위법수집증거라고 하며,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통 위법한 압수・수색절차에 의한 압수물, 고문 등 강제에 의한 자백, 위법한 증인신문절차나 검증절차에 의해 작성된 증인 신문조서나 검증조서 등이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고,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에 따라 형사소송에서 이를 증거로 할 수 없습니다.

초등학교 교사인 A씨는 2018년 3월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10여일 전 전학 온 학생에 대하여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1, 2학년 때 공부 안 하고 왔다 갔다만 했나 봐,” 등 모두 16차례에 걸쳐 학생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언급을 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A씨의 이러한 진술은 피해 학생의 부모가 아이의 가방에 녹음장치를 넣어 등교시키면서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교사 A씨의 이러한 아동학대 혐의에 대하여 1심 법원은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교사 A씨는 피해 아동의 부모가 타인 간의 대화를 비밀리에 녹음하였으므로 이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해 증거능력이 없으며, 자신의 발언은 피해 아동의 수업 태도를 수정하고, 다른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주의를 주는 훈육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며 항소하였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16조는 이를 위반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초등학교 3학년이 스스로 법익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점, 부모가 녹음하게 된 동기, 부모와 피해 학생을 동일시 할 정도로 밀접한 인적 관련이 있는 점, 녹음 외에는 교사 A씨의 범죄행위를 밝혀낼 유효・적절한 수단을 강구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 교사 A씨의 발언이 30여 명의 학생이 있는 가운데 이루어졌기 때문에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녹음할 수 없다고 규정한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 점, 아동학대범죄 신고 의무자인 교사 A씨의 발언은 중대한 범죄 행위이므로 증거를 수집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점 등을 근거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였습니다.

반면에 대법원은 교사 A씨의 발언은 교실 내 학생 30여 명 외에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으며, 녹음의 주체인 피해 학생의 부모가 교사 A씨의 대화 상대방이 아니었으므로 해당 대화는 ‘타인 간의 대화’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대화 상대방이 아닌 부모가 일반 대중에겐 공개되지 않은 대화를 몰래 녹음하였다면, 해당 녹음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고,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원칙에 관한 예외가 인정된 바는 없다면서 원심이 해당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을 돌려보냈습니다.

오늘은 아동학대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부모가 아이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은 경우, 그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을 살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