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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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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고결한 삶으로서의 행복

문정용 2024-02-28 10:29:28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누구나 행복하게 사는 삶을 추구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므로 부처님께서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각자의 행위가 고결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숫타니파타> 136번 게송에서는 “날 때부터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며, 태어나면서부터 고결하다는 바라문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직 그가 행동하는 행위에 의해서 천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고결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는 말씀이 나오는데, 이는 사람의 신분이 높고 낮음은 태생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하고 있는 행위가 고결하면 고귀해지는 것이고, 하는 행위가 천박하면 하천한 사람이 된다는 말로써, 부처님의 이 말씀은 당시 사성계급이 엄격하게 지켜졌던 인도 사회에 가히 혁명적인 선언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부처님의 제자들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재물을 끌어 모아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버리고 무소유를 실천하며 수행했기 때문에 고결한 비구들이라고 불리었던 것인데,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높다는 브라흐만들에게 부처님의 제자 비구들은 이로 인해 그들에게 시기 질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어떤 브라흐만이 숲속에서 홀로 고행을 하면서 ‘자신도 부처님의 제자들처럼 엄격한 수행을 하기 때문에 고결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위의 게송을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귀한 가문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그대로 귀한 사람이 될 수 없듯이 모양만 수행자라고 해서 그대로 고결한 수행자가 될 수 없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은 사람 중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는 사람이 더 고결하고, 믿는 사람 중에서도 사찰에 나가지 않는 사람보다 사찰에 다니는 사람이 더 고결하고, 사찰에 나가는 사람 중에서도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묻는 사람이 묻지 않는 사람보다 더 고결하다고 했으며, 법을 물었으면 잘 듣는 사람이 더 고결하고, 들었으면 그 뜻을 통찰하는 사람이 더 고결하고, 통찰했으면 그 뜻대로 행하는 사람이 더 고결하며, 뜻대로 행하는 사람이 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모든 중생들 중에서 최고로 고결한 사람이 된다고 했습니다.

이런 고결한 삶을 사는 사람은 그대로 행복이 보장된 사람일 것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나신 고 김성철 교수님께서 남기신 말씀이 떠올라 여기에서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좋은 직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말씀인데, 제자들에게 인과응보(因果應報)의 불교 교리를 가르친 뒤에 다음과 같은 시험문제를 출제하셨다고 합니다.

‘착하고 이익 보는 삶’과 ‘악하고 이익 보는 삶’, ‘착하고 손해 보는 삶’과 ‘악하고 손해 보는 삶’ 중에서 무엇이 최선의 삶이며 무엇이 최악의 삶인지 순서를 매기며 그 이유를 기술하라고 하였답니다.

인과응보의 교리를 그렇게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많은 제자들이 ‘착하게 살고 이익 보는 삶’을 1번으로 선택했다고 합니다. 
이것을 풀이해 보면 착하게 삶으로써 미래와 내생의 행복을 위한 공덕이 축적되고 손해를 봄으로써 과거와 전생에 지었던 악업의 과보가 씻어지는 것이며, 손해 보듯이 검소하게 생활하면 과거에 지었던 선업의 공덕이 거의 줄지 않아서 복덕이 점점 쌓이게 되는 것입니다.

깨달아 아라한이 되고 부처가 되려면 지혜와 함께 복덕도 갖추어져야 하므로 성불의 날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복덕을 더욱 많이 축적해 가는 보살의 삶이 최선의 삶이며, 이는 세속적 복락을 모두 버리고 검소하게 살아가면서 성불을 지향하는 출가자의 삶이 될 것입니다.

최악의 삶은 당연히 ‘악하게 살면서 최고의 이익을 보려는 삶’이 될 것인데도 불구하고 기회가 되면 뇌물이나 촌지를 받아 챙기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물을 모아 멋지게만 살려는 삶의 방식이 난무하는 요즘 세상에 고결한 삶으로 살게 하는 이 가르침의 방식은 짜릿한 돌직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삼가 고인이 되신 김성철 교수님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