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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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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스님 시사칼럼] 방하착(放下著) 내려놓아라

정민지 2024-03-06 09:07:15

▪︎ 출연: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시사칼럼’ (2024년 3월 6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십니까?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입니다

오늘은 ‘방하착(放下著) 내려놓아라’ 제목으로 마음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는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말라. 오늘 내가 남기는 발자국은 훗날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휴정 서산 대사가 남긴 선시(禪詩)입니다.

백범 김구선생은 자경문(自警文)으로 삼고 상해 임시정부 시절 자신의 사무실 벽에 걸어 놓았다고 합니다.

정치의 계절입니다. 4월에 치러질 총선 후보자를 뽑는 경선에서 대부분 낙선 후보는, 수용하고 포용으로 깔끔하게 승복하기 보다는, 상대방을 원망하고 불복을 선언합니다.

이러한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모름지기 ‘오늘 내가 디딘 발자국은 언젠가 뒷사람의 길이 되므로 제멋대로 걸어서는 안 될 일이다’라는 서산 대사의 가르침을 되새겨 보고, 우리 모두의 지향점으로 살아가야 할 화두로 삼아 성찰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석가세존과 바라문교의 수행자 범지와의 대화에서 흑 씨 범지가 신통력으로써 좌우 양손에 오동나무 꽃 두 그루를 들고 와서 부처님께 공양하는데 부처님이 선인을 부르니 범지가 “예”하고 대답했습니다.

부처님이 다시 말씀하시기를 “내려놓아라.” 

왼쪽 손에 들고 있던 꽃 한 그루를 내려놓았습니다.

부처님이 또 다시 선인을 불러서 “내려놓아라”라고 하셨습니다.

범지가 또 다시 오른 손에 있는 꽃 한 그루마저 내려놓았습니다.

부처님이 또 이르시기를, “선인이여,내려놓아라.”

범지가 말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양 손에 들고 있던 꽃을 모두 내려놓았는데 다시 무엇을 ‘내려놓아라’고 하시는 것입니까?”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그대로 하여금 두 손에 들고 있는 꽃을 ‘내려놓아라’고 한 것이 아니다. 그대는 지금 마땅히 밖으로는 6진(모양,색,소리,냄새,맛,촉감,법)과 안으로는 6근(눈,코,혀,귀,몸,마음)과 그 중간으로는 6식(여섯 가지 의식으로 인식기관과 인식 대상 그리고 주의력이 있을 때 생기는 현상)을 일시에 다 내려놓고, 더 이상 버릴 것이 없는 경지에 이르면 이것이 그대의 생사를 벗어나는 경지이니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색, 소리, 냄새, 맛, 촉감, 법에 의해 마음에 길들이지 말아야 하며, 어떠한 대상에 대해서도 마음을 고정시키지 말아야 하며, 대상에 대한 마음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생각을 내려놓고, 내려놓을 것조차 없다고 하는 그 마음, 일체 관념, 판단, 욕심들을 돌아보고, 나의 본래 것이 아닌 것, 진실이 아닌 것들을 내려놓으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불행, 외로운 감정, 걱정, 괴로운 감정 등과 같은 어려움을 어떻게 마주할 것이며, 어떻게 대처 하고 갈등문제를 풀어 나갈 것인가? 우리가 겪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때를 알아 깨끗하게 내려놓지 못하고, 나만 옳고.내가 아니면 아니 되며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아상과 집착 때문에 발생합니다.

 

제행은 무상하여 우주 만물은 항상 생사(生死)와 인과(因果)가 끊임없이 윤회하므로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않고, 모든 존재가 실체가 없고 변함으로, 영원한 것은 없으므로, 불가능한 일을 기대하지 않고, 진정으로 수용하고 내 자신을 잠시 쉬게 할 때, 완전히 놓아 버릴 때, 비로소 길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가 만든 생각 감정 오감의 포로가 되지 않고, 괴로움의 원인인 집착하는 마음 이전에 텅 비어있음(순수 의식, 알아차림) 자체인 근원에서 쉬고, 에고라는 적을 내려놓으면, 가슴의 지혜로 들어가 한 생각 청정한 마음이 모여 크나큰 에너지의 파동을 일으켜, 자신을 맑히고 나라는 맑히는 상생의 정토세상 꽃이 피워 나게 될 것입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