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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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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범죄 피해자의 간곡한 사연

문정용 2024-03-13 17:52:48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불교계에서 바라보는 인생관으로 태어나서 살다가, 죽어서 다시 태어날 때까지의 과정을 넷으로 나누어 사유(四有)로, 즉 ‘네 가지의 있음’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은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

태어남을 말하는 생유가 있고, 현재를 살고 있는 본유가 이것이며, 앞으로 반드시 맞이해야 하는 죽음을 말하는 사유가 있고, 죽음 이후에 다음 생을 받을 때까지의 기간을 뜻하는 중유가 그것이라고 말입니다.

본유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반드시 다가오는 이번 생을 마감하는 죽음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고 다양합니다만, 보편적인 죽음으로, 자연사하는 경우를 가장 선호할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병마에 시달리다 죽는 죽음, 불의의 사고로 맞이하는 죽음, 어떤 상황을 비관하여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자살이라는 죽음, 또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면, 큰 원력을 발원하고 조기에 삶을 마감하는 원력의 죽음, 모든 기력이 소진된 삶의 끝자락에서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처럼 조금 앞당겨 목숨을 마치는 안락사로서의 죽음, 회생이 불가능한 극심한 고통 속에서 그 고통을 덜고자 생을 마감하는 죽음 등, 그 사례를 헤아리자면 너무나도 많을 것입니다.

이러한 죽음의 문제는 인류의 삶 속에서 영원한 숙제이고 해결하고 싶은 문제일 것인데, 어떤 인연으로든지 이 세상에 와서 행복한 삶을 누려서 천수를 다하고 죽음을 맞이해야 함에도 불고하고, 일면식도 없는 남의 손에 의해 무참히 죽임을 당하는 그런 죽음이야말로 얼마나 억울하고 애통할 것이며,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오늘은 제가 청송교도소에 법문을 가는 날인데, 그곳에 가는 이유는 그곳에 수감 되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굳이 다 알 필요는 없겠지만, 그 가운데 누군가가 남의 행복을 무참히 짓밟고 남의 생명을 빼앗았다면 그 행위에 대한 응당한 댓가는 자기가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인과응보를 알아야 하고, 스스로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면서 처벌을 달게 받아야만 그 악업의 업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로 인해 평생을 끔찍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사는 피해자들 가족의 고통을 절실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고, 많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던 부산의 돌려차기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 피해자인 당사자가 그 사건에 의해 피해를 입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그동안의 힘들었던 심정과 활동을 담아 책을 펴냈다고 하여 구입 해서 읽었습니다. 
책의 제목은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인데, 한 일간지에 소개되었기에 청송교도소에 법회를 나가는 내게는 충분히 관심을 끌 만한 책이었습니다.

개략적인 내용은 ‘묻지 마 범죄’, 즉 ‘이상 동기 범죄’에 의해 피해를 입어 죽음의 문턱까지 갔었던 저자가 그 피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심적 물적 피해는 물론, 주위 사람들이 피해자를 이해 못하는 따가운 시선까지 포함하여 얼마나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살고 있는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 사회와 사법부에 알리고자 그야말로 동분서주하였던 사실을 아주 평범하면서도 사실적이고 쾌활하게 서술하고 있었습니다.

이 용기 있는 저자의 행동에서 이 사건과 유사하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까지 공감대가 형성되어 더 이상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람들 뒤로 숨기만 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함께 나서겠다는 응원에 큰 힘을 얻었다고 했지만, 때로는 안타까워 한숨이 나오는 장면을 기술했을 때는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습니다.

제가 청송교도소 법회에 빠지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이미 수감 된 재소자들의 재범률이 약 25%라는 통계가 있기에 이 수치를 0%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출간된 이 책이 사회와 사법부에 영향을 미쳐서 유사 범죄에 대한 처벌이 한 층 더 가중될 것을 은근히 경고하여 재범률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누구나 한 번은 맞이하는 죽음이지만, 범죄로 인해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명복을 빌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가슴 아픕니다. 저자의 책 일독을 권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