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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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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은퇴출가자의 수계살림

문정용 2024-04-25 09:21:52

대광불자회 지도법사,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대광불자회 지도법사,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불교계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단어 가운데, ‘출가’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와 유사한 의미로 ‘가출’이라는 용어도 있는데, 집을 떠난다는 의미를 가진 ‘출가’와 ‘가출’은 어떤 내용으로써 그 차이가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가출’은 가출자가 집을 떠나 방황하다가 언제든지 집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것이고, ‘출가’한 출가자의 입장에서는 한 번 집을 나서면 절대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긴 말입니다.

요즘 세대에게는 별 의미가 없어졌지만, 여성의 결혼을 두고 ‘출가외인’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던 세대를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불교계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출가’란 의미에서, ‘출가’의 목적 달성을 이루기 위해 절대로 집으로 되돌아가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긴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출가의 목적은 수행을 통해 열반을 실현하여 해탈하겠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이 목적을 말할 때 문자로서의 한계를 가졌지만, 조금 다른 표현으로는 붓다가 되겠다는 ‘성불’의 의미. 깨달음을 증득하겠다는 ‘깨침’의 의미, 대자유인이 되어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겠다는 의미 등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아무튼 불교에서의 ‘출가’는 단순히 집을 나서는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며, 일단 집을 떠나 절집에 드는 것, 즉 출가 수행자 무리에 합류하고자 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몇 가지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선 자신의 의지로 출가를 단행하는 것이지 남의 강요로부터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되돌아 보도록 하기 위하여, 삭발을 하지 않은 상태로 며칠을 머무르게 한 뒤, 그 의지가 분명해졌을 때 머리카락과 수염을 자르는 삭발식을 거행하고 재가자 시절의 습기를 점차 떨쳐내고 수행자의 생활 습관을 익히게 하는 기간으로 1년여 동안 행자 생활을 하도록 합니다.

행자 생활에 익숙해지면, 10가지 계율을 수지하게 한 후, 예비 승려라는 단계를 두어, 4년여 동안 사찰 생활의 습의와 불교 기초교리를 배우게 되는 데, 이 기간을 남성의 경우 사미, 여성의 경우 사미니라고 부릅니다.

위와 같은 단계를 거쳐 수행자 무리에 합류해도 무방하다고 판단되면 구족계 수계산림 법회를 통해 비로소 정식 승려인 비구, 비구니가 되는 것입니다.

구족계 수계산림 법회도 엄격하여 3사 7증사의 증명이 반드시 필요 한데, 3사란 정식 승려가 지켜야 할 계율을 일러주는 전계아사리, 계를 받는 승려에게 생활의 지침이 되어주는 갈마아사리, 계를 받은 승려의 위의와 작법을 가르치는 교수아사리와 계 받는 것을 증명해 주기 위한 덕이 높은 7분의 스님을 7증사라 하여 총 10분의 대덕 스님들이 비구, 비구니 됨을 증명해 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출가자에게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어 비로소 불교 수행자가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단에서는 지난 4월 초에 단일 계단 제44회에 구족계 수계산림 법회를 봉행하여 비구 47명, 비구니 31명을 포함 총 78명의 수행자를 배출하였습니다.
제가 구족계를 수지 할 당시는 제8회 수계산림 법회였었고, 수계자가 300여 명에 육박했을 때와는 달리 현격한 숫적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니, 오늘날 후배 스님들의 출가 감소가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러나 요번 구족계 수계산림 법회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은퇴출가에 대한 부분인데, 대한불교조계종단은 2017년 은퇴출가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그 결실을 보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은퇴출가란 사회 각 분야에서 15년 이상 활동한 경력이 있고, 51세에서 65세 미만에 해당하는 자이며, 종단이 정한 규정에 결격사유가 없는 사람에 한하여 늦은 나이에도 출가의 문을 열어두는 제도를 말합니다.

이번에 탄생한 은퇴출가자 4분을 필두로 더 많은 출가자가 나와서 노년에도 출가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그들을 수용하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불교계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