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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문화소비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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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문화소비자인가

당신은 어떤 문화소비자인가

문화를 ‘향유’한다는 인식에서, ‘소비’한다는 인식에 이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문화소비자시대’를 산다는 느낌은 생활고를 겪고 있음에도 ‘중산층’으로 분류될 때의 느낌과 흡사해 씁쓸하다.

소비자의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공들일 것이 많다. 유통기한도 따져 봐야 하고, 유사품을 구분할 줄도 알아야하며, 생산원가도 알아보고, 소비자가격도 적절한지 감을 잡아야 한다. 양식인지 자연산인지, 제철과일인지 비닐하우스 인지도 척척 구분하는 지혜도 길러야 한다. 수입산과 국산, 명품과 짝퉁을 가려내는 것쯤은 기본이다. 사용설명서도, 약관도 빨리 이해가 되어야 하며, 분노를 숨기지 않은 채, 소비자고발도 서슴지 않고, 소비자들의 연대를 통한 불매운동의 대열에도 서보아야 한다. 대박상품의 입소문마케팅에도 기여해야 한다. 반품도 할 줄 알아야하고, 신상품도 한 눈에 분별해야 하고, 포인트가 쌓이는 멤버쉽 카드는 필수품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면세점에 목매거나, 할인쿠폰과 사은품에 눈멀지 않아야 한다. 게다가 절약만이 미덕은 아니고, 적절한 소비가 경제를 살린다는 이론도 이해하고, 수긍할 줄 알아야 한다. FTA협상이 생산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달라질 소비패턴 쯤도 알아두는 게 상식이다.

그렇다면, 기왕에 ‘문화소비자’라고 구분된 바에야 제대로 권리선언도 하고, 소비자주권도 당당하게 찾고 싶은 심정이다. ‘소비자는 왕’이니까, 그 용상(龍床)에도 앉고 싶은 것이다. 정말 완벽한 문화소비자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상품가치’를 한 눈에 알아보는 식견을 길러야 한다. ‘문화’와 ‘비(非)문화’를 구분하고, ‘문화’와 ‘문화적(的)’인 것을 가려낼 줄 알아야한다. 생산자의 ‘고집’과 ‘주장’을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에 늘 속아서도 안되며, 수출길이 막힌 덤핑 상품을 연민으로 사들이는 ‘애국심’에 불타는 소비행태를 보여서도 안될 것이다. ‘패스트푸드’가 있으면, ‘슬로푸드’도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

진정한 문화소비자는 현실의 냉정한 인식에서 시작된다는 것도 이제는 상식이다. 돌아보라. 주변에는 장르를 넘어 얽혀진 ‘문화’는 조형물처럼 움직이지 않고, 문화발전소인 대학들은 의무를 잊고, 미디어들은 편식을 부추긴다. 어쩌면 ‘카니벌리즘’이라고 해야 더 맞을 것이다. 지자체들은 문화에다 산업이라는 말만 달면 변별력 없이 퍼주기만 하는 듯하다. 문화소비자들은 더 이상 사육문화, 온실문화, 앞잡이문화, 반촌문화를 구분하기 어렵다.

우리가 사는 곳을 ‘삼박자 도시’로 만들어, 옛 골목만 누비며, 약장수, 방물장수 같은 문화행태를 보는 것은 식상하다. 상품은 부족한데, ‘전문점’을 만들면 장사가 될런 지도 모를 일이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고, 멋진 예고편만 무성한 영화관을 만들어서는 안될 것 같다. 나홀로 발명품처럼, 뒷돈을 대줘가며 역사를 날조한 문화상품은 소비자의 가슴을 멍들게 할 뿐이다. 아마추어와 프로를 엄격히 구분하고, 공연예술의 경우에는 레퍼토리시스템을 통해 ‘명품’으로 조탁해야 한다. 언제까지 ‘양키시장’의 유산을 문화소비자에게 강요할 것인가.

‘지방은 식민지다’라고 주장하는 ‘내부식민지론’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구국의 일념으로 문화독립운동에 나서야 한다. 독립군만 치르는 전쟁이 아니라, 의병, 학도병, 시민군으로라도 나서야한다. 행주치마로 돌이라도 날라야한다. 전후방이 따로 있을 리 없다. 웹2.0, 디지털, 컨버전스, 거버넌스, 메세나, 네트워크 등등. 모두 문화독립운동을 위한 신무기들이다. 이것들을 잠재우지 말고, 싸워 이겨서 ‘문화독립만세!’를 불러야 한다.

자, 든든한 문화소비자가 될 것인가, 눈 먼 딜레탕트로만 남을 것인가. 문화의 잉태에도 태교가 필요하고, 태어나서는 자애롭지만 엄한 훈육이 필요하다. 그래야 반듯해진다. 풋문화는 강요한다고 소비되는 게 아니지 않는가. 더 이상 바보소리를 듣는 문화소비자가 생겨서는 안될 일이다.

이 도시를 자랑스러워하면서, 오래도록 머물 작정이라면, 바른 문화, 건강한 문화를 소비시키며 살아갈 인생의 시간을 계산해보자. 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

벌써 7월, 제철토종문화가 귀한 계절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