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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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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의 효용성

정민지 2022-10-05 08:45:42

▪︎ 출연: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윤일현 대표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교육진단’ (2022년 10월 5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정시훈 기자: 교육 진단 시간입니다. 

서점에 나가보면 학습법이나 자기개발서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책마다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내용도 많고 학부모님 중에는 요즘의 공부 방법이 과거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또 많은 분들이 요즘의 공부는 암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지 궁금해 하는데요. 

오늘은 학습에서 암기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또 그 효용성에 관해서 얘기해보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 전화로 모셨습니다. 
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윤일현 대표: 예 안녕하십니까.
 

▶︎정시훈 기자: 좀 엉뚱한 질문이 들지 모르겠습니다만 암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는 중요하지 않다면 왜 그런지 설명부터 해주시겠습니까?
 

▷윤일현 대표: 사실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지금까지 우리 공부가 암기를 좀 지나치게 강조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부터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하셨는데요. 사실 암기는 필요합니다. 필요한데 방금 말씀드린 대로 모든 것을 다 암기해야 한다는 식으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맹목적인 암기에 대한 거부감이라는 게 부모님 세대들은 아마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럴 것입니다. 이해되지 않는 상태에서 암기를 하는 기억들을 가지고 있지요. 이해 안 되는데 무조건 암기하라고 할 때 누구나 굉장히 고통을 받게 됩니다. 암기는 필요하기는 하지만 어떤 부분은 무조건 암기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양면성이 있다는 걸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시훈 기자: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암기가 필요한지 말씀해 주시지요.
 

▷윤일현 대표: 어학 공부를 예를 들 수 있는데요. 트로이 유적을 발견한 독일의 고고학자 슐리만은 어학 학습에서도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했습니다. 슐리만은 14세 때 사환으로 고용되었고 그는 일하는 사이사이에 짬을 내서 공부하여 15개국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 어학 천재였습니다. 슐리만의 어학 학습법을 통암기법이라고도 이야기를 합니다. 슐리만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나는 엄청난 열의를 가지고 영어 학습에 전념했는데 그때의 절박한 상황에서 모든 언어 학습을 쉽게 익힐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발견했다. 그 방법이란 다음과 같다. 대단히 많이 음독하는 것, 즉 소리 내서 읽는 것. 결코 번역하지 않는 것. 매일 1시간씩 충당하여 꾸준히 하는 것. 항상 흥미 있는 대상에 대해서 작문하고 이것을 교사의 지도를 받아 수정하는 것. 그리고 전날 수정한 것을 암기하고 다음 시간에 암송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요. 

사환을 하면서도 슐리만은 교사에게 지도를 받고 수정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교사란 슐리만이 자기 급료의 절반을 내고 고용한 개인 교사입니다. 어학을 마스터하기 위해서 슐리만은 영국 교회에 다니면서 설교를 경청하고 한마디 한마디를 나직하게 따라 했다고 합니다. 심부름 할 때도 반드시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암기했다고 합니다. 
그는 골드스미스의 ‘웨이크필드의 목사’와 스콧의 ‘아이반호’를 전부 암기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6개월 만에 영어를 마쳤고 그다음 6개월 만에 ‘텔레마크의 모험’과 ‘폴과 비르지니’라는 책을 암송해서 프랑스를 또 마스터했습니다. 책 두 권을 통째로 암기해서 기억력이 강해지자 그는 순차적으로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를 유창하게 말하고 쓰는데 6주 이상이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슐리만은 어릴 때부터 언젠가는 그리스어를 배울 수 있는 행복을 저에게 주소서라고 신에게 기도했다고 하는데요. 그 기도가 서른네 살에 실현되었습니다. 그는 그리스어로 된 ‘폴과 비르지니’ 를 암기함으로써 현대 그리스를 6개월 만에 마스터 했습니다. 또한 고대 그리스를 공부한 지 3개월 만에 호메로스의 작품들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슐리만은 학교에서의 공부 방법은 잘못되었다라고 이야기 하면서 그리스 문법의 기초적 지식은 단지 실천에 의해서만 즉 고전 산문을 주의 깊게 읽는 것 그중에서 범례를 암기함으로써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이야기 하면서 귀중한 시간의 한순간도 문법 규칙을 공부하기 위해서 소비하지 않았다. 
문법이라는 것도 결국은 문장을 통째 암기함으로써 저절로 터득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슐리만은 “나는 어떤 규칙이 문법책에 쓰였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모든 규칙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내 그리스 문장에서 누가 실수를 발견했다고 말한다면 나는 언제라도 그 표현 방법이 정확하다는 증거를 내가 사용한 표현의 출처, 대표적인 저자들의 예문을 제시함으로써, 또 암송해 보임으로써 내가 맞는다는 걸 제시할 수 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슐리만은 어학에 천재적인 소질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보통 사람들과 학생들도 어학의 경우는 암기하지 않고서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예전에 부모님 세대들이 영어 교과서 같은 것을 통째 암기했는데 그렇게 하여 사교육이나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영어를 상당 수준까지 할 수 있었지요. 어학이나 이런 분야는 반드시 암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또 일부 사람들은 수학조차도 암기라고 합니다. 한 가지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입시 수학이라는 것, 학교에서 하는 수학은 어떤 수학적 이론을 창조해내는 것이 아니고 아주 옛날부터 대수학자가 이루어낸 체계를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험은 그것을 올바르게 이해했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일 뿐이다”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 경우 범위가 한정돼 있다고 이야기를 하죠. “제한 시간 내에 해답을 구해야 하는 문제는 문제의 유형과 해법을 외우고 있으면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풀 수 없다. 입시 수학조차도 일정 부분은 암기가 상당히 효과를 발휘한다.”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는 과거 부모님 세대는 숙제로 연습장에 몇 장씩 적어오게 한 빡빡이 숙제라는 것을 했습니다. 이런 지나친 방법도 문제가 되겠지만, 어학은 말할 것도 없고 수학이든 국어든 사회든 과학이든 상당 부분은 우리가 기억을 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다만 “무조건 암기하기보다는 필요한 것은 꼭 기억을 하고 넘어간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정시훈 기자: 학습의 생산성을 위해서 꼭 기억을 해야 할 부분 유의해야 할 점들 어떤 것들이 있겠습니까?
 

▷윤일현 대표: 앞서 우리가 이야기한 것과 관련지으면 무조건 암기하라보다는 모든 공부의 대원칙이 특히 초중고 학생의 경우에는 선 이해 후 암기, 즉 처음에는 이해에 중점을 두면서 개념과 원리를 파악해야 합니다. 공식을 무조건 암기하는 것이 아니고 공식이 나오게 된 과정을 이해하면 암기는 더 쉽습니다. 현대학습 이론은 개인차는 있지만 이해만 하면 암기는 70% 정도 절로 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암기가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고 암기가 무조건 만병통치약도 아닙니다. 학습의 대전제는 ‘먼저 이해하고 암기하자’입니다. 필요에 따라서 두 방법의 조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시훈 기자: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