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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배지현변호사 법률칼럼] 상사의 욕설, 동료가 녹음해도 불법 아냐 상세보기

[배지현변호사 법률칼럼] 상사의 욕설, 동료가 녹음해도 불법 아냐

정민지 2024-04-18 09:06:32

▪︎ 출연: 법무법인(유) 효성 배지현 변호사 

▪︎ 방송: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법률칼럼’ (2024년 4월 18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세요. 배지현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제3자의 녹음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최근의 국민참여재판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따라서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해당 대화를 녹음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반면에 대화 당사자 일방의 녹음은 이미 대화 당사자에게 공개된 대화를 녹음하는 것이므로 상대방의 동의없이 몰래 녹음하더라도 처벌받지 않습니다.

 

실제로 법원은 공무원이 사무실에서 상사가 방문자와 대화하는 것을 녹음한 행위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고, 이러한 판단은 최근 대법원에서 확정되었습니다. 당시 피고인은 해당 대화가 공개된 민원실에서 이루어졌기에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가 아니었으며, 공무원인 상사가 불법 금품을 수수하는 정황을 녹음한 것이므로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성형수술을 받던 환자가 마취상태에서 의료진의 대화를 무단으로 녹음한 행위에 대해서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유죄를 선고한 바가 있습니다.

 

경북의 한 공공기관에서 일하던 A씨는 평소 직장 상사인 B씨의 잦은 욕설로 고통받아 왔는데, 2021년 12월경 B씨가 사무실에서 다른 부하직원과 대화를 나누며 욕설을 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어 이를 녹음해 인사팀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였습니다. 당시 B씨는 사무실에서 직원 2명에게 신입 직원 채용 문제로 자신이 징계를 받은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관장과 본부장 등을 욕하였고, A씨는 이러한 대화를 휴대전화로 녹음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된 B씨는 대화의 당사자가 아닌 A씨가 불법 녹음을 했다고 주장하며 A씨를 신고하였고, 검찰은 A씨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A씨에 대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었는데, 재판에서 A씨는 당시 대화가 사무실 안에 있던 직원들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대화를 녹음한 A씨도 대화 당사자에 포함된다며, 해당 대화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배심원 7명은 모두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만장일치로 A씨에 대하여 무죄의 의견을 밝혔고, 재판부 역시 이 사건 대화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로 인정하기 부족하고, A씨가 이 사건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은 제3자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며 A씨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재판부는 B씨가 한 말이 사무실에 있는 누구라도 들으라고 이야기한 것에 가깝게 느꼈다는 동료 직원의 진술과 실제 사무실의 구조와 크기, A씨 자리에 설치된 파티션의 높이 등을 고려하면, A씨가 B씨의 발언 내용을 충분히 들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습니다.

 

나아가 재판부는 통신비밀보호법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지 못하게 한 것은 원래부터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며 여기서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비밀을 뜻하는 게 아니라 일반 공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장소의 성격과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하면서 대법원 판례에 따라 통신비밀보호법상 ‘대화’에는 당사자 중 한 명이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노동계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기 어려웠던 피해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증거를 모을 수 있게 되었다면서 공개된 사무실에서 피해자를 앞에 두고 다 들으라는 듯이 폭언과 모욕을 할 때의 녹취가 불법이 아님을 확인해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제3자의 녹음에 대한 최근의 판결을 살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