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칼럼

[선진스님 시사칼럼] 맹인모상(盲人摸象), 장님 코끼리 만지기 상세보기

[선진스님 시사칼럼] 맹인모상(盲人摸象), 장님 코끼리 만지기

정민지 2024-04-17 09:12:42

▪︎ 출연: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시사칼럼’ (2024년 4월 17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십니까?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善眞)입니다.

오늘은 ‘맹인모상(盲人摸象),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제목으로 마음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4월10일22대 국회의원 선거도 막을 내렸습니다.

일정한 조직이나 집단의 구성원이 그 대표자나 임원 등을 투표 방법으로 가려 뽑는 선거라는 행위를 실시하는데 보통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권유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세간에서는 학연, 지연, 혈연에 의한 선택을 합니다.

그러므로 선거라는 투표 방식은 모순과 불합리한 면도 있으나, 현행 선거 투표 방식 외에 달리 대안이 없습니다.

선거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습니다. 

인간들 사이의 현실은 다 앞서 이 기려고만 하기에 경쟁과 투쟁의 괴로움이 따라옵니다.

붓다께서는 "승리는 원한을 가져오고 패배는 스스로 슬픔에 산다. 이기고 지는 마음을 모두 떠나 다투지 않으면 편해진다. 집착에서 슬픔이 생기고, 집착에서 두려움이 생긴다. 집착에서 벗어난 이에게는 슬픔이 없는데 어찌 두려움이 있겠는가? 욕망과 같은 불은 없고 증오와 같은 죄악은 없다. 이 몸과 같은 괴로움은 없고 평화로움보다 더 나은 행복은 없다"라고 설파 하셨습니다.

대반열반경에 어리석음을 빗댄 우화 가운데 어느 날 왕이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한 사람 수십 명을 불러 모았습니다. 

왕은 그들 앞에 커다란 코끼리 한 마리를 끌고 와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것은 코끼리라는 동물이다. 자, 너희는 각자 이 동물을 만져보고 나에게 코끼리에 대하여 설명해 보아라.”

그들은 한참 코끼리를 더듬고 어루만진 뒤에야 한 사람씩 자기가 생각하고 머릿속에 그려본 코끼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폐하, 코끼리는 쟁기처럼 생겼습니다.” 

이렇게 대답한 사람은 코끼리의 코를 만져본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아주 예전에 쟁기라는 연장을 꼼꼼하게 만져본 적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러자 그 옆의 사람이 그를 꾸짖었습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요? 폐하, 코끼리는 기둥처럼 생겼습니다.”

그는 코끼리의 다리를 만진 사람이었습니다.

그 옆의 사람은 코끼리의 귀를 만지고서 “코끼리는 쌀을 까 부르는 키처럼 생겼습니다”라고 답하였습니다.

그 밖의 사람들도 모두 자기가 만진 부분 만을 가지고 자기가 알고 있거나 들어두었던 사물에 비유하여 대답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자기의 생각이 옳고 다른 이의 생각은 틀렸다고 고집하며 끝없는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붓다께서는 “그대들도 보았듯이 코끼리는 하나 이거늘 저 여섯 장님은 제각기 자기가 만져 본 것만으로 코끼리를 안다고 하면서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구나. 진리를 아는 것 또한 이와 같으니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도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이 되지 않으려면, 무의식적 꿈 상태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깨어있을 때 우리는 자기 생각 속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 만을 보고 자기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납니다.

이번 선거에도 대구 경북 지역에서는 싹쓸이로 보수의 힘을 다시 한번 더 확인해줬습니다.

이러한 지역 정서를 질시로 가득 차서 그것을 반박할 것이 아니라, 사물을 객관적으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고, 초연하게 긍정하면서 승화 시켜 나가야 합니다.

현상의 명색(名色)이전에 있는 본질적인 실재에 돌아가 나와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생각을 존중해 줄 때 자아 승화, 사회 승화가 이뤄질 것입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