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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배지현 변호사의 법률칼럼] "상해치사 치매노인 심신상실로 무죄" 상세보기

[배지현 변호사의 법률칼럼] "상해치사 치매노인 심신상실로 무죄"

문정용 2024-04-11 09:58:09

법무법인(유) 효성 배지현 변호사
법무법인(유) 효성 배지현 변호사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법률칼럼

■ 법무법인(유) 효성 배지현 변호사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세요. 배지현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심신상실을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형법 제10조 제1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 즉 심신상실 상태인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동조 제2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 변별 능력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한 자, 다시 말해 심신미약 상태인 자의 행위는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형법 제10조에 규정된 심신장애의 유무 및 정도의 판단은 법률적 판단으로서 반드시 전문감정인의 의견에 기속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정신분열증의 종류와 정도, 범행의 동기, 경위, 수단과 태양,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반성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지난 2021년 8월 새벽 3시경, 부산의 한 병원에서 중증 치매 환자인 A씨가 같은 병실에 입원해 있던 80세 남성 B씨의 얼굴과 머리를 철제 소화기로 내리쳤습니다. 당시 A씨가 병실 밖으로 나가려고 해 간호조무사가 여러 차례 A씨를 제지한 것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A씨의 이러한 범행으로 피해자인 B씨는 두개골 골절 등 머리를 크게 다쳤고, 결국 사흘 뒤 숨졌습니다.

A씨는 2004년부터 알코올 사용에 의한 정신 및 행동장애로 치료받기 시작했고, 2008년에는 알콜성 치매를 진단받았는데, 2018년 뇌수술 이후 치매 증상이 심해지면서 2020년부터 해당 병원에 입원해왔습니다.

검찰은 A씨가 사물변별 능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적게나마 남아있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아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물론 대법원까지 모두 A씨가 심신미약보다 정도가 심한, 사물변별 및 의사결정 능력이 아예 없는 심신상실 상태라고 판단해 A씨 대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실제로 사건 발생 직후 A씨를 입원시켜 정신감정을 진행한 의사는 A씨의 치매 및 인지기능 장애 정도가 전반적인 인지기능 저하로 인해 일상생활 유지에 있어서 주변인의 도움이 상당히 필요한 중증의 인지장애라고 판단하며, A씨가 일상생활의 판단이나 문제해결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평가하였습니다. 더불어 다른 의료 감정에서도 A씨가 범행에 이르기 전부터 우울, 공격성, 탈억제 등의 증상과 일시적 혼돈 상태인 섬망을 겪었고, 범행 당시에도 의사능력 수준이 매우 낮았을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A씨는 범행 이후 경찰의 신문 과정에서도 이름과 거주지, 주민번호는 답변했으나, 범행 동기나 경위,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못하는 등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보였습니다.

A씨에 대하여 검찰은 재범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치료감호를 청구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기본적인 일상생활 유지가 불가능해 간병인의 도움을 받고 있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지 않는다는 의료진 소견 등을 감안할 때 요양시설에서 관리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019년도에도 법원은 부산의 한 대형마트 유아휴게실에 침입해 성적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자폐성 발달장애인에 대해 범행 당시 책임능력이 없었음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바가 있습니다. 당시 법원은 피고인의 지적 능력 진단, 치료감호소의 정신감정 결과, 심신상실이 추정된다는 감정의의 의견, 피고인이 정상이 아닌 것을 알았다는 피해자의 진술, 피고인이 법정에서 이름, 생일, 주소를 제외하고는 의미있는 진술을 하지 못한 점 등을 무죄의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심신상실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한 최근의 판결의 살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