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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교육진단] 2023년 교육분야 연말 결산 상세보기

[교육진단] 2023년 교육분야 연말 결산

정민지 2023-12-27 11:20:51

▪︎ 출연: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윤일현 대표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교육진단’ (2023년 12월 26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정시훈 기자: 세월은 유수 같아서 다사다난했던 계묘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대내외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교육계에도 크고 작은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우리 교육에 있었던 주요 사건과 현안을 짚어보는 시간 준비했습니다.
윤일현 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 전화로 모셨습니다.
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윤일현 대표: 예 안녕하십니까?
 

▶정시훈 기자: 6월에 발표한 수능 킬러 문항이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수능 킬러 문항 배제가 올해 실제 수능에 어떻게 작용을 했다고 보십니까?
 

▷윤일현 대표: 우리가 수능 킬러 문항 배제가 나왔을 때 바로 그 주에 이런 방송을 했습니다. “킬러 문항 배제한다고 문제가 쉬워진다고 예단해서도 안 되고, 변별력 없는 시험이라고 예단해서는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교과서적인 기본 개념을 잘 정리해서 응용력을 기르면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다.” 이런 방송을 그 당시에 했습니다. 올해 수능 출제가 꼭 그렇게 나왔습니다. 킬러 문항이 배제되었다 해도 중간 문제 난이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실제로 수험생들이 굉장히 어렵게 느꼈고 또 변별력이 좋은 시험이었습니다. 결국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킬러 문항 배제한다고 대입 과열이나 사교육 수요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우리가 그 당시에도 이런 이야기를 했죠. “내년도에 전국 주요 의대와 최상위권 명문대학이 구구단 암기 속도로 신입생을 선발한다면 사교육시장이 문을 닫을까?” 그때 우리가 “전혀 그렇지 않다. 전국의 크고 작은 학원들이 하룻밤 자고 나면 바로 구구단 광속으로 암기하는 비법 최초 공개라는 현수막을 재빨리 내걸 것”이라고 했습니다. 킬러 문항, 이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우리가 왜 대학 입시에 목숨을 거는가. 이 부분을 사회 전체가 생각해 봐야 됩니다.
우리가 대학 입시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학력과 학벌에 의한 차별 대우, 임금 격차 등이 엄연한 현실로 존재한다고 학부모나 수험생이 다 믿습니다. 특히 학부모님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어떤 형태로 출제되든 사교육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학력과 학벌에 의한 차별 대우, 임금 격차 이런 것들이 해결돼야 되겠죠. 특히 학부모들은 대학 진학을 취업에 유리한 출발선의 확보로 생각합니다. 대학 졸업 후 구직을 위한 100m 달리기를 한다면 수도권 명문대는 출발선보다 앞에서 뛰고 또 중하위권 대학은 출발선 뒤에서 뜁니다. 100m 달리기에서는 뒤에 처진 학생은 아무리 빨리 뛰어도 앞에 학생을 따라가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대학 서열이 무의미해지는 혁명적 상황 반전이 없다면 절대평가를 도입하든 상대평가를 도입하든 킬러 문항을 넣든 안 넣든 즉, 문제가 쉽든 어렵든 명문대와 의대 같은 데 진학하기 위한 사교육과 과열 경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유토피아일 수도 있지만,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노후가 보장되는 사회라면, 대학은 정말 공부하고 싶은 사람만 가게 되겠죠.
이런 문제들을 생각하면서 사회적으로 교육적으로 과열된 열기를 가라앉히고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두고 우리가 머리를 맞대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시훈 기자: 대형 학원의 허위 과장 광고 문제 또 현직 교사와 사교육기관과의 결탁 문제에 대해서도 좀 정리를 해볼까요?
 

▷윤일현 대표: 이것도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고 대형 학원과 모의고사 출제 기관에서는 현직 선생님들, 특히 수능 검토요원으로 참여한 선생님들을 상대로 아주 고액의 사례금을 줍니다. 수학 같은 경우는 한 문제 출제에 100만원이 넘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있죠. 이것 역시 경쟁이 있는 곳에서는 경쟁에 이기기 위한 수단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이게 경제적인 이익과 결탁될 때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현직 교사가 이런 데 참여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수십 년 동안 관행처럼 내려온 일입니다.
이런 문제를 근절하기는 해야 하겠지만, 여기에 가담한 선생님이나 대형 학원들을 세무조사나 기타 여러 가지로 제재하고 처벌한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상당수의 대학들은 수능이 필요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가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중하위권의 경우 그냥 학생이 오는 대로 받아야 되는 상황입니다. 현재 수능 시스템을 동일하게 모든 대학에 그대로 적용해야 될 것인가 이런 문제도 한번 생각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수능의 난도는 어느 선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전문가, 현장 교사, 학부모 공청회를 거쳐서 교육당국과 소통하면서 좀 더 좋은 출제 방향 방식을 찾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시훈 기자: 그리고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이초 교사가 학교에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교권을 지키기 위한 교사들의 집단행동이 있었고요. 우리 사회 전체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는데요. 학생 인권과 교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생각이 어떤지에 대해서도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윤일현 대표: 우리가 이 방송을 통해서도 올해 이야기를 했을 것 같습니다. 킬러 문항 배제가 문제 될 때,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킬러 문항 배제나, 수능 난이도 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현장에서 교권이 무너져 있다. 교권이 무너져 있고 교사의 사기가 저하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어떤 식의 교육도 생산성을 기대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교육은 교사의 자질과 사기에 좌우된다.’라는 말을 합니다. 교사의 자질을 두고 이야기하는 지금 임용고시가 얼마나 어렵습니까? 그래서 선생님들의 자질은 가히 최고 수준입니다. 교사의 사기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경제적인 대우, 교사를 존중하고, 인격적으로 대하고 풍토가 조성돼야 합니다. 우리나라 교사는 OECD 전체 평균 수준으로 봐도 대우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교사 중에는 학부모나 학생으로부터 받는 교육 외적인 스트레스로 교직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분들이 굉장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학부모와 학생 때문에 교직에 계속 있어야 하는가 이런 회의를 가지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권위적인 압축 성장의 시대를 거치면서 사회 모든 분야에서 민주화가 진척되는 과정에서 각종 권위에 대한 폄훼와 도전을 진보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상당히 팽배했습니다, 그래서 마땅히 지키고 존중해야 할 권위도 타파해야 할 권위주의와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양한 사회운동이 가져다 준 엄청난 생산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운동 특히, 잘못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민주화운동은 이런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었죠.
정치적 권위를 바로잡으려는 사람들이 다른 부분에도 여러 가지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요. 특히 교육운동은 교사의 권위를 훼손했고, 핵가족화와 과잉 모성은 부권의 권위를 침해했고, 환자의 알 권리와 의료 민주화는 의사의 권위를 침해해서 결국은 환자가 치료받는 데도 지장을 주게 되죠. 또 근거 없이 목소리만 높이는 아마추어의 난립은 전문가의 권위를 무력화시키는 데 일조 했다는 것도 우리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있어야 할 권위가 추락한 자리에는 냉소와 냉담, 조롱과 욕설, 저속한 풍자가 사회 분위기를 휘어잡아 객관적인 상황 파악을 어렵게 하고 정말 다급하고 필요한 순간에 사람들을 결속하면서 방향을 잡아줄 어떤 진정한 권위자를 갖지 못하게 합니다.
교권은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학부모의 발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위축된 측면이 있습니다. 학생 인권, 학부모의 권리, 교권은 대립과 갈등의 관계가 아니고, 교육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서로 협조해야 합니다. 학부모님의 입장에서는 내 아이가 지적으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선생님의 역할을 존중해야 합니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앉아서 어떻게 하면 아이를 행복할 수 있을까에 힘을 모아야 합니다. 부모는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고, 선생님은 가르치는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 대화하면서 존중하고 생산성을 위해 상생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불행한 일은 계속 발생되리라고 봅니다.

▶정시훈 기자: 그리고 지난 7월에 정부가 오는 2025년 일반고 전환을 앞두고 있던 자사고와 외국어 고등학교, 국제고등학교를 존치하는 것으로 정책 방향을 바꿨는데요. 향후 관련해서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을까요?
 

▷윤일현 대표: 없앤다고 했는데 존치하는 쪽으로 갔기 때문에 외고, 자사고, 국제고 이런 쪽이 경쟁력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습니다. 2028 대입 개편안을 보면 내신이 지금 현재 9등급에서 5등급이 됩니다. 5등급의 절대평가도 같이 기록이 되게 돼 있어요. 예를 들면 92점이 등급으로는 3등급이라도 92점 원점수를 같이 적게 되어 있어 2028 학년도에는 자사고나 특목고가 그렇게 불리하지 않게 돼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부모님들이 자사고 특목고에 관심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데 다만 외국어고는 자사고로 전환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의대 열풍이 부는 상황에서 외국어라는 것은 교과 과정 자체가 자연계 공부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하기 때문에 바꾸는 학교도 많습니다. 일부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학교들은 경쟁률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굉장히 많습니다.
사교육 경감 대책의 일환으로 자사고, 외고를 폐지하려다가 다시 존치함으로써 고교 등급제가 유지되거나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왕 존치가 결정됐다면 공교육이나 다른 교육도 좀 더 내실 있고 실효성 있는 방향으로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학생 모두가 자기의 꿈을 실현하는 데 지장이 없는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정책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 모두가 힘을 합쳐서 노력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정시훈 기자: 마지막으로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만 지방 소멸 문제 또 지역 대학의 위기 상황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데요.
실상과 대책에 대해 얘기해 주시겠습니까?

▷윤일현 대표: 수도권은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11.8%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체 인구의 5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00대 기업 본사가 95% 정도가 서울에 있습니다. 전국 상위 20개 대학의 80%가 또 서울에 있습니다. 수도권 집중은 효율성의 이득을 훨씬 초과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역에 증가하여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국토의 균형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습니다.
2023년 수시 원서가 마감되고 수능 원서를 접수한 이후 그 추이를 쭉 볼 때 지방대학 소멸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커졌습니다. 위기를 느낀 지방대학들은 자율적인 정원 감축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그런데도 지방대학 상당수는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고 또 지금은 자율 조정 이런 문제로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지방대학의 위기를 그냥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지방대는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 축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지방대는 지역 발전을 위한 지적 인프라의 전진기지이면서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소비 주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냉혹한 경쟁 논리를 무조건 적용하여 승자 독식 구조를 조장하거나 방치한다면 균형 발전이라는 말 자체가 의미가 없겠죠.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와 교육당국이 나서야 합니다. 이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수도권 대학도 정원을 합리적인 선에서 줄여야 되고 또 모집 인원을 줄이는 대신 등록금 인상 등의 혜택을 주는 방법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지방대학도 위만 쳐다보고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해 보다 매력적인 유인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역 정서에 호소하며 무조건 지역대학을 살려야 한다는 이런 여론 몰이도 사실은 이제 의미가 없습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강도 높은 자구책과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시해 지역민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지역대학도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으로 수도권 대학과 맞서야 하며 교육 서비스의 질을 높여 지역 인재 유출을 막아야 합니다.
지역 업체들과 산학협력 관계를 맺고 졸업생이 전공을 살려 취직할 수 있게 지역 밀착 맞춤식 교육을 통해 활로를 개척해야 합니다. 지역 대학의 소멸은 지방 소멸과 직결되기 때문에 대학, 지자체, 지역 경제주체, 지역민 모두가 위기를 공감하며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시훈 기자: 올 한 해가 이제 서서히 저물고 있습니다. 새해를 앞두고 있는데요.
학생과 학부모님들을 위해서 간단한 조언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윤일현 대표: 우리 학부모님들 정말 한 해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경제 불황과 고물가 속에서도 자녀를 양육하시는 부모님들의 어려움과 고충을 주변이 다 몰라주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간혹 농담처럼 ‘지금 이 시대에 아이를 낳아서 양육하는 부모님은 거의 독립 유공자 예우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구 감소가 심각한 상황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부모님들을 국가와 사회 전체가 얼마나 예우하고 존중해야 되는가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는 한 해였습니다.
학생, 학부모 여러분 정말 수고했습니다.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접하는 뉴스를 보면 아이 키우기가 가슴 조마조마하고 정말 많이 힘이 듭니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서도 자녀로 인해서 얻게 되는 보람, 행복감을 가지는 순간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학부모님들께서는 올해 여러 사건들 속에서 좋은 일들만 기억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내년에도 너무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말고 아이와 함께 걸어가면 좋은 방법이 많이 나올 것입니다. 자녀 양육은 어려움 속에서도 낙관적인 자세와 태도를 가지고 자녀와 함께 손잡고 걸어간다는 데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새해에는 학부모님, 자녀 모두가 좀 더 즐겁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자녀를 양육하는 기쁨, 배우는 기쁨을 통해서 행복하고 화목하게 한해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정시훈 기자: 오늘 우리 교육계를 돌아봤는데요. 

내년에는 대립과 갈등보다는 서로 존중하고 상생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