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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진스님 시사칼럼] 빈녀일등(貧女一燈), 가난한 여인의 작은 등불 상세보기

[선진스님 시사칼럼] 빈녀일등(貧女一燈), 가난한 여인의 작은 등불

정민지 2024-05-14 09:11:52

▪︎ 출연: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시사칼럼’ (2024년 5월 14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십니까?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善眞)입니다.

오늘은 빈녀일등(貧女一燈), 가난한 여인의 작은 등불이라는 제목으로 마음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내일은 2568년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고해 중생 건지러 이 땅에 오신 날입니다. 진리를 열어, 보여 주고, 깨닫게 하여, 그 길에 들어서게 하시려고 이 세상에 출현하셨습니다.

불자님들이 해마다 부처님 오신 뜻을 기리며 지혜의 연등(燃燈)공양을 올리는 것은 부처님 당시 아사세 왕으로부터 유래되었습니다.

옛날 코살라국의 사위성(舍衛城)에 난타(難陀)라는 가난한 여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구걸로 연명할 정도로 가난했습니다. 어느 날 부처님이 사위성에 오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코살라국의 왕과 백성들은 등불 공양(供養)을 올리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난타도 등불 공양을 올리기 위해 종일 거리에서 구걸해 얻은 돈 두 닢을 들고 기름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기름집 주인은 난타의 갸륵한 마음에 감동해 기름을 갑절이나 주었습니다. 난타는 등 하나에 불을 밝혀 부처님께 바쳤습니다.

밤이 깊어 가고, 세찬 바람이 불어와 다른 등불은 다 꺼졌으나 유독 난타의 등불만은 밝게 빛났습니다. 제자인 아난은 등을 끄려 했습니다.

“부질없이 애쓰지 마라. 지금 네가 끄려는 그 등불은 너희들 성문(聲聞)의 힘으로 꺼지는 것이 아니다. 비록 네가 사해의 바닷물을 길어다 붓거나 크나큰 태풍을 몰아 온 다 하여도 그 불은 끌 수 없다. 그 등불을 보시한 사람은 자기의 재산과 마음을 진실하게 바친 뒤 일체중생을 구원하겠다는 큰 서원을 세운 것이기 때문이니라.”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목건련존자는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를 드렸고, 부처님께서는 난타를 불러 그녀에게 수기(授記)를 주셨습니다.

이처럼 가난한 사람이 바친 등불 하나는 물질이 적고 많은 것보다는 마음의 정성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사람은 저마다 스스로 등불이 될 수 있습니다. 언젠가 달도 떠나고 별도 떠나고, 모든 것이 내게서 떠나고, 불이 꺼져 나를 떠난다 해도, 내 마음속에 있는 등불은 나를 떠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처로 삼아야 합니다. 활활 타오르는 촛불을 들고 어둠 속을 밝게 비추듯, 지혜의 등불을 항상 밝혀 번뇌에 덮인 어둠을 밝게 해야 합니다.

지혜와 자비의 등불을 밝혀 늘 눈뜨고 깨어있으면 어둠이 이 세상을 덮을지라도 무지가 세상을 흐리게 하지 않고 밝은 빛을 봅니다. 생명이 하나임을 알고 어려운 이웃을 둘로 보지 않으며 한 몸으로 보아 차별하지 않아 존재계를 존중 찬탄합니다.

인간의 본래 갖추어진 의식이 밖을 향하지 않고 현실 세계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만나면, 어디서든 주인의식으로 다른 곳에서 빌거나 은총을 구하지 않아, 내 안에서 찾으며, 타인을 따르거나 흉내 낼 필요가 없어서, 타인으로부터 지시받거나 명령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붓다께서는 “인간 등불이 켜져 있는 곳에 도둑은 들어오기를 두려워할 것이다. 등불이 없을 때 집은 어둡고, 도둑도 쉽게 들어온다. 지금 여기 현재 살아 있는 순간에 자신의 마음에서 찾는 것, 현재의 내 마음을 등불로 깨어있음을 삼아 항상 깨어있으라”고 설파하셨습니다.

 

연등 공양은 어두운 마음을 없애고 내 안의 빛이자 에너지인 여의보주인 불성을 밝혀, 의식을 외부로부터 거둬들이고 빛이 나게 하여 부처님의 큰 지혜와 자비를 닮으려 서원하며 헌신(獻身)과 지복(至福(지복))을 기원하는 기도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빛을 비추는 활활 타오르는 지혜의 등불을 항상 밝혀 번뇌의 때를 제거하여 맑고 청정한 세계로 나가기를 서원하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